코로나 이어 전쟁까지…짙어지는 경기침체 그림자 [우크라전 100일]

장영은 기자I 2022.06.02 16:48:14

팬데믹 사태 완화에 올해 공급망 개선·물가안정 기대
러 침공으로 에너지·곡물 가격 뛰고 물류도 혼란
인플레 심화에 긴축정책 겹치며 경기침체 우려↑
개도국은 식량난·디폴트 위기로 근간 위협받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3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당초 예상보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에도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로서도 비극이지만 세계 경제 측면에선 시기적으로 상당히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가는 길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예기치 못한 참사 앞에서도 비교적 선방한 선진국 경제는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라는 두 가지 난제에 부딪혔다. 아직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개도국은 식량난과 막대한 국가 부채로 근간이 흔들릴 위기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100일을 맞았다. 코로나19 후유증이 가시기 전에 닥친 전쟁으로 전 세계 공급망이 악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졌다. (사진= AFP)


◇연속 강펀치에 미·중은 물론 유럽도 휘청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1.5%로 집계됐다. 전문가 예상치를 밑돌았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처음으로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연율은 현재 분기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해 환산한 수치다. 2분기에는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강펀치를 연달아 맞은 암울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세계 경제 성장의 또 다른 엔진인 중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치를 내놨다. 중국 정부의 목표치(5.5%)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 블룸버그의 예상대로라면 1976년 이후 4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이 중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미국 경제는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격인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올해 유럽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2.7%로 낮췄다. 이와 함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올해 평균 6.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EU가 연말 이전에 급격한 경기둔화 또는 전면적인 경기후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경제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선진국 경제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긴축 우려에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겹친 탓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사태 완화에 따른 수요 회복에 비해 공급망 개선 속도가 더뎌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세계 중앙은행들은 시중에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공급망은 다시 악화됐으며, 에너지와 곡물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됐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응징하기 위해 제재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을 배제하는 경제·금융·무역 제재는 러시아와 관계를 맺고 있던 국가의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전 세계 수출량에서 러시아의 비중이 큰 에너지와 광물, 곡물 등의 부문에서는 가격 상승 압박이 거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은 빈곤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량난과 디폴트 위기가 커지면서 정치적인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 AFP)


◇식량난에 디폴트 위기까지 개도국은 암울

아프리카와 중동,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 빈곤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식량난과 디폴트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수준이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자본과 정책수단이 많지 않은 이들 국가는 달러화 강세에 공급 부족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국제기구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곡물 수출을 원활히 하지 못하게 되면서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달 중순 “식품 가격 인상은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EP) 사무총장은 여러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차 대전 이후 우리가 본 어떤 것보다도 극심한” 식량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을 비롯한 인플레이션과 식량위기가 겹치면서 부채 상환 압박에 몰린 개발도상국(개도국)의 연쇄 디폴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달 최종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에 이어 파키스탄, 이집트, 레바논, 페루, 터키 등이 다음 타자로 거론된다.

2010년 말 ‘아랍의 봄’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아랍의 봄은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북아프리카에 번진 반정부 시위를 통칭한다. 곡물과 에너지 등 필수품의 가격이 폭등하면 민심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등 정치적인 불안정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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