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사모펀드 사태, 금융사 내부통제 부실이 원인"

양희동 기자I 2020.12.23 17:07:06

23일 온라인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서 밝혀
은행·증권사 소비자보호 뒷전…판매 열 올려
금감원의 금융사 ''책임 전가'' 비판 "동의 못해"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사모펀드 사태는 한국 금융이 가지고 있는 취약한 단면을 축약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금융상품을 설계·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고 일부 사기 행위도 있었다. 은행·증권 등 금융 판매사들은 소비자 보호가 뒷전이었고 판매 경쟁에만 열을 올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3일 금융감독원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금감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3일 오후 온라인 비대면 방식의 출입기자단 송년 간담회을 갖고,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사모펀드 사태’를 꼽았다. 윤 원장은 “사모펀드가 은행창구를 통해 팔리게 허용되면서 감독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사모펀드가 규제 완화로 시장이 커졌지만 내부 통제 부실과 상호 견제 부작동, 감독의 위축 등으로 크나큰 소비자 피해를 초래했고, 어떤 부분을 보완할지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윤 원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금감원 전·현직 직원이 연루된데 대해선 “감독원장으로서 송구하다”며 “내부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고 내부 문서의 보안, 직원들의 복무 기강에 대한 점검 등 금감원 통제 장치가 적정한지 점검해보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원장은 남은 6개월 임기 동안 사모펀드와 관련한 소비자 보호 강화를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금감원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충원과 감독수단의 확보가 더 필요하다”며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2023년까지 임시 조직으로 끌고 가긴 어려운 부분이 있어 정규 조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계약취소와 불완전판매 등 두 가지 방향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윤 원장은 “옵티머스는 검사가 끝난 지 반년 정도 됐고 나름대로 정리가 됐다고 본다”며 “분쟁조정에 대해선 100% 배상인 계약취소와 불완전판매 등 두 가지 길이 있는데 법리 검토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전했다.

하지만 윤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일부에서 금감원이 책임을 금융회사에 전가한다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감원도 감사원 등 국가의 다른 상위 기관으로부터 통제를 받고 책임도 진다”며 “금융회사가 제대로 역할을 못할 때 금감원이 제재하는 것과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건의한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최근 연임한 것에 대해서도 ‘조직에 대한 관심’을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에 들어오는 지적과 관련해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조직에 대한 걱정은 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소비자 보호를 잘못해 조직의 신뢰를 해하면 지속 성장 발전에 저해될 수 있다. 금융회사 분들이 조직에 관심을 더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증권시장에 유동성이 몰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윤 원장은 주식 장기 투자로의 유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어딘가 갈 곳이 있어야하는데 자꾸 자산 쪽으로 가다보니 주택가격도 오르고 주가도 상승하는 등 불안정한 것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100년을 놓고 보면 주가는 분명히 오르지만 단기적으론 금융 위기 등을 겪으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국가적으로 장기 투자를 위한 세제 혜택, ISA 보완 등도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며 “주식 투자를 장기로 가져갈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해 연금 제도 등을 보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3월부터 재개될 공매도에 대해선 “금감원 입장에선 국회에 홍콩식 소액주 공매도 금지 방식을 제안했지만 도입이 구체화되고 있지 않다”며 “공매도가 문제인 이유는 비대칭 정보와 그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며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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