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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탐사기획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가 지난 주말 ‘인공지능(AI) 뉴스편집 보수 편중 심각’이라는 보도를 통해 뉴스홈 헤드라인 영역에서 보수언론 52.2%, 뉴스통신 3사 21.1%, 중도언론·진보언론·전문지·잡지·지상파 방송사 25.6%를 각각 차지했다고 보도하자, 미디어계에 파란이 일고 있습니다.
해당 내용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보도됐는데, 객관적으로 맞다면 네이버의 AI 알고리즘이 보수 편향적임을 증명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뉴스공장에서는 김어준 씨와 MBC 기자가 대담하면서 MBC 기자가 “(네이버 뉴스 편집에) 문제 있다고 나온 기사들을 보고 연락을 드려도 하나같이 그렇게 인터뷰를 고사하시더라고요”라고 하자, 김어준 씨가 “그 업계에 있으면 네이버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서 말을 안 하죠”라고 하는 등 네이버 권력이 미디어 학자의 입도 막고 있다는 취지로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데일리 취재 결과, 네이버의 ‘AI 뉴스편집 보수 편중 심각’ 보도는 ①표본의 대표성 부재(뉴스 소비의 5%도 안 되는 PC뉴스홈 헤드라인만 집계)②조사 방법의 합리성 논란(헤드라인 점유 시간과 건수의 중복 계산 가능성)③정파적인 문제 제기로 포털 뉴스의 생산적 고찰을 어렵게 한다는 점(보수지, 진보지, 중도지 등의 구분 모호) 등에서 논란입니다.
①PC 뉴스홈, 이용자 5%도 안 될 것(표본의 대표성 부재)
미디어 학자인 A씨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PC 뉴스 섹션을 기준으로 한 게 문제”라면서 “PC뉴스섹션은 네이버 뉴스 소비 중 5% 아래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고 분야별 랭킹 뉴스까지 없앤 터라, MBC가 전체를 수집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인정해도, 대표성이 없는 표본을 이용해 객관적인 사실이 드러난 것처럼 보도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죠.
②조사 방법도 합리적이지 않아 (5분 크롤링의 중복계산 문제)
A씨는 MBC가 특정시기 PC뉴스홈에 걸린 뉴스를 5분마다 크롤링해 전수 조사해 건수를 계산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크롤링을 5분 단위로 했다는데, 그러면 중앙일보 기사가 5분 뒤, 10분 뒤까지 걸려 있으면 중복으로 계산한 셈이죠. 시간당 점유율로 볼 것인가? 건수 점유율로 볼 것인가? 이리 봐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죠, 편집 영역에서는 시간과 위치 점유율을 따로 계산해야 하는데 단순 건수로 계산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미디어 비평지에서 일하는 B기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B 기자는 “10년 전이면 모르지만 요즘 PC뉴스에서 헤드라인 뉴스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기사가 어떤 때는 1, 2시간씩 걸려 있는데 5분마다 하는 집계는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③보수지·진보지 구분의 자의성..포털 뉴스 유통의 고찰을 어렵게 해
MBC 스트레이트에서는 조선 중앙 한국경제 세계일보 서울경제 등을 보수지로 분류해 52.2%이니 문제라고 했고, 이데일리 등 나머지 매체들은 중도·진보 매체 등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렇다면 동아일보나 이데일리는 중도·진보 매체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데일리를 합리적 보수 매체로 보지만, 동료들중에서는 중도 매체나 합리적 진보 매체로 보기도 합니다.
미디어 학자 A씨는 “진보지와 보수지 기준도 이상하다. 서로 동의할 수 없는 기준을 내세워 재단했다. 측정을 이리하면 안된다”고 했고, 미디어 비평지 기자 B씨는 “이번 조사에서 스트레이트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점유율의 차이를 들여다봤어야 한다. 또, 중앙과 한경은 뉴스량이 많다”면서 “정파적인 문제 제기가 다른 생산적인 고찰을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뉴스의 문제는 보수 언론 또는 진보 언론 편중이 아니라, 기사 배열 시 자극적이거나 실시간성인 뉴스들이 깊이 취재한 기사보다 많이 채택되는 문제인데, 그저 정파적으로만 나눠 이슈화하면 오히려 포털 뉴스의 유통과 생산 방식에 대한 고찰이 어려워 진다는 의미입니다.
A씨는 본인이 네이버 권력을 두려워해서 인터뷰를 안 한 것처럼 보도된 걸 불쾌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뉴스공장에서는) 학자들이 네이버가 두려워 인터뷰를 거절했다는데, 이미 스트레이트에서 판을 짜서 들어왔는데, 어떻게 응대를 해요? 그건 말이 안 되죠. 포털이 문제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이 잘못된 방법으로 비판하면 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B씨도 “지인이 MBC에서 취재 요청을 받았을 때, 조사를 다하고 취재에 들어간다고 전해들었다. 방송 전부터 보도 내용을 우려했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이 포털 플랫폼의 뉴스 유통 AI 알고리즘을 감시하는 일은 필요하겠지만, 정파적인 부분이 두드러지면 오히려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데 득보다 실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