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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내 끼 팔할은 아버지 김무생.” 부전자전(父傳子傳). 김무생(1943-2005)과 김주혁(45)은 붕어빵 외모만큼이나 닮은꼴 연기인생을 살았다.
부자는 평생 연기만을 천직으로 삼아 달려왔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동문으로 연극 무대를 맛본 뒤 연기 생활에 입문한 것도 같다. 안타깝게도 함께 동반 출연한 작품은 없다. 다만 나란히 출연한 CF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연기한 작품이 됐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대한화재 하우머치 CF로 깊은 정이 묻어나는 부성애를 묘사해 대중에게 아직까지도 깊게 각인된 광고로 꼽힌다.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출연해 리얼리티와 신뢰감을 잘 표현했다는 게 당시 광고업계의 평가였다.
김주혁은 생전에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버지라는 존재가 너무 무서웠다. 그건 내가 성인이 되서도 마찬가지였다”면서도 “반면 아버지는 내게 이정표가 되는 큰 산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배우로서의 길을 걸으면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인도해주는 역할을 지금도 하고 계신다”고도 말했다.
또 “무뚝뚝하지만 항상 마음으로 응원해주셨다. 연기 보다도 그 밖에 제작진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도리를 일깨워줬다”며 “살아생전에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드린 것이 지금까지도 한으로 남아있다. 자식으로서 불효를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후회스럽다”고 회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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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69년 MBC 특채로 탤런트가 되면서 방송 연기를 시작했다. ‘용의 눈물’ 외에 ‘청춘의 덫’ ‘태양인 이제마’ ‘제국의 아침’ ‘옥탑방 고양이’ 등 드라마 100여 편에 출연했다.
또 영화 ‘둘도 없는 너’ ‘고독이 몸부림칠 때’ 등에 출연했다. 김무생은 연극무대에도 이따금 모습을 나타냈다. 가끔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근엄한 목소리와 호쾌한 풍모를 통해 그는 연기에 있어 전형적인 남성미를 보 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작은 SBS TV 특별기획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다. 지병인 폐암으로 40여년의 연기생활을 마감했다. 김주혁의 어머니는 2015년 김무생이 떠난 10년 만에 지병으로 별세했다.
김주혁은 김무생의 2남 중 차남이다. 아버지의 끼를 물려받아 드라마와 영화에서 연기자로 활동해왔다. 1998년 SBS 8기 공채 텔런트로 연예계 데뷔했다. TV 출연 전에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내공을 쌓아왔다. 1998년 극단 표현과 상상 창단기념작 ‘개가 된 남자 보이첵’에서 주인공 보이첵으로 출연했으며 같은 해 1998년 드라마 ‘흐린날에 쓴 편지’에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어 ‘카이스트’, ‘프라하의 연인’, ‘구암 허준’, ‘아르곤’ 등 여러 드라마에서 대체불가능한 존재감을 발휘해 왔다. 그의 매력은 영화에서 두드러졌다. ‘세이 예스’, ‘싱글즈’, ‘광식이 동생 광태’, ‘아내가 결혼했다’, ‘커플즈’, ‘비밀은 없다’ 등 주로 로맨스물에 출연했던 그는 최근 영화 ‘공조’를 통해 남자조연상을 받았다. 연기생활 20년 만의 첫 영화상이었다.
그는 배우로서는 지적인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예능에서는 다소 허술한 모습을 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년간 활약했던 KBS2 ‘1박2일’에서는 망가짐의 끝을 보여주며 ‘구탱이형’이라는 인간미 가득한 별명을 얻었다. 유작이 된 tvN ‘아르곤’에서의 연기는 역시 김주혁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올해로 데뷔 20년 차인 그는 이제야 연기하는 재미를 느낀다며 왕성한 활동 의지를 보였다. ‘아르곤’이 끝난 후에도 ‘독전’ ‘흥부야’ ‘창궐’로 계속해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다.
한편 김주혁은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김씨가 몰던 벤츠 SUV 차량이 오후 4시 30분쯤 아이파크 앞 거리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추돌한 뒤 갑자기 인도로 돌진, 아파트 벽면에 부딪친 뒤 뒤집히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대는 사고 후 김씨를 건국대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고 발생 두 시간 만인 오후 6시 30분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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