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한 번 글로벌 증시를 상승세로 이끌었다. 트럼프의 첫 의회 연설은 주가 상승 이끌 좋은 핑계거리가 됐다. 각종 경제지표 호조세, 기업실적 개선 등 지난 해 말보다 펀더멘털이 튼튼해진 만큼 세계적인 ‘트럼프 랠리’가 재현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發 정책 기대감에 美다우 2만1000고지 넘어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303.31포인트(1.46%) 상승한 2만1115.55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2만1000선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트럼프가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인프라투자에 ‘1조달러’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기록적인 랠리가 펼쳐진 것.
트럼프는 지난 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에도 인프라투자를 언급했다. 하지만 그땐 ‘1조달러’라는 수치가 없었다. 대선 과정에서 한 번 얘기한 적이 있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개월 동안 미국 주식 가치는 무려 3조달러 가량 불어났다. 이른바 ‘트럼프 랠리’다. 이번 트럼프의 연설로 인프라투자 불씨가 되살아난데다 1조달러라는 수치까지 더해진 만큼 트럼프 랠리의 재현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연설만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설명하진 못한다. 또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 시기를 당초 5월에서 3월로 앞당긴 것은 견조한 경제지표 회복세에 따른 결론이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탄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연설이 추가적인 재료가 됐다는 것이다. 제퍼리스의 션 다비 투자 전략가는 “역설적이게도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연설 하나하나에 무게를 재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지표가 새로운 최고치에 가까워졌고 실질 장기금리 하락이 통화정책을 완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증시가 상승한 것은 중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7개월째 확장세를 이어간 것 영향도 컸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전날 2월 제조업 PMI가 51.6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1.2와 1월 PMI인 51.3을 모두 웃도는 수치다. PMI는 기준치인 50선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유럽도 경제회복세에 ‘트럼프 효과’ 촉매제
트럼프의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유럽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IG마켓의 조슈아 마호니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랠리의 압박감에 대한 두려움을 1조달러 인프라투자 약속이 꺾었다”면서 “이는 특히 영국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이날 Stoxx유럽600 지수는 전날보다 1.5% 오른 375.69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해 12월2일 이후 최고치로 일일 상승률은 11월7일 이후 가장 높았다. 영국 FTSE100 지수가 전일 종가보다 1.64% 상승한 7382.90으로 마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독일 DAX30 지수 역시 1.97% 상승한 1만2067.19에 문을 닫았다. 프랑스 CAC40 지수도 2.10% 뛴 4960.83에 거래를 끝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미 경기회복세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연설이 상승재료로 작용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유럽 증시가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강세를 보인 것은 세계 경제 성장 및 기업이익 증가, 유로화 약세 등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유럽의 경기회복세는 각종 지표에서 확인된다. 유럽의 2월 제조업 PMI 지수는 2011년 4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지난 달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3개월 전보다 0.1%포인트 오른 1.6%로 전망했다. 유럽의 경기 회복세는 미국보다도 뚜렷하다. 지난 해 유럽 성장률은 1.7%로 미국의 1.6%를 웃돌았다. 올해 1분기 유럽 성장률도 미국보다 높을 가능성이 높다.
개별 국가별로 살펴봐도 영국은 각종 경제지표가 당초 예상보다 좋게 발표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부정적 영향이 과대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졌다. 지난 해 4분기 영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는 전분기보다 0.7% 증가한 것으로 수정됐다. 이는 0.6% 성장을 예상했던 전문가 예상치와 잠정치를 웃돈 것이다. 독일의 경우 2월 독일 소비자물가가 2.2% 상승했다는 소식이 경제 낙관론에 힘을 실어줬다. 독일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선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결국 트럼프보다 연준 입에 주목
투자자들은 트럼프 연설이 촉매제로 작용한 것은 맞지만 결국 증시 향방을 결정하게 될 것은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연준의 매파 발언 및 이에 따른 3월 기준금리 인상설은 미국 경제가 그만큼 사정이 괜찮아졌다는 의미다. ECB 역시 개별 국가별로 상황이 다른 상황을 감안해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유럽경기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외환전략가는 “재정정책의 명확성보다는 연준 금리정책에 대한 전망 변화가 이끌어낸 랠리였다”고 평가했다. 라보뱅크인터내셔널의 리처드 맥과이어 채권전략 책임자도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 세금 인하까지 정책에 대한 진전된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매파 목소리에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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