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S90은 지난 10년 동안 플래그십 모델로서 역할을 해온 S80의 뒤를 잇는 볼보 브랜드를 대표하는 럭셔리 세단으로서 XC90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출시된 90 시리즈로 최근 공개된 XC90, V90과 함께 모델 라인업 최상단을 장식하고,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하는 모델이다. 과연 더 뉴 S90은 한국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증명해낼 수 있을까?
이번 미디어 시승 행사는 영종도에 위치한 네스트 호텔 인천을 거점으로 하여 영종도 도심 도로와 인천대교를 거쳐 쉐라톤 그랜드 인천을 향하는 코스로 구성됐다. 물론 쉐라톤 그랜드 호텔에서는 다시 인천대교와 영종도 도심 도로를 거쳐 다시 네스트 호텔 인천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총 103km를 약 120분 동안 더 뉴 S90를 운전자, 혹은 탑승자로서 경험할 수 있었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더 뉴 S90은 총 14대, D5 AWD와 T5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모든 차량은 볼보의 다양한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인스크립션 트림으로 채워졌다. 기자들은 2인 1조로 한 대의 차량에 올랐으며 터닝 포인트인 그랜드 쉐라톤 인천에서 D5 AWD 혹은 T5로 갈아 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콘셉 쿠페의 영향을 받은 더 뉴 S90은 형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XC90과 V90 그리고 최근 공개된 V90 크로스컨트리와 함께 향후 볼보 디자인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지금 상황에서도 볼보는 전통의 이미지를 잊지 않으며 볼보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완성해냈다.
브랜드를 이끌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 볼보 더 뉴 S90의 전면 디자인은 무척이나 당당하고 강인한 이미지다. XC90에서 처음으로 선 보였던 토르의 망치를 헤드라이트에 적용했고 S(90 고유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오목하게 도려낸 프론트 그릴을 장착해 눈길을 끈다.
그런데 후면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운 편, 직선이 중심이 되며 안정적이고 우수한 균형감이 눈길을 끌긴 하지만 디자인 완성도가 높은 것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다소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실루엣은 XC90이나 V90과 비교한다면 고급스러운 느낌이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도 거리가 느껴졌다.
실내 공간은 지금까지 볼보가 추구해온 방향과 사뭇 다르지만 ‘안락하고 편안한 북유럽의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재료 고유의 질감이 느껴지는 가공을 통해 우드, 가죽, 메탈들이 실내에서 자신들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덕분에 우드 트림이 비교적 많은 편에 속하는 실내 공간임에도 과장된 느낌이 없어 매력적이었다.
XC90에서 첫 선을 보인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 그리고 새로운 기어 쉬프트 노브 등은 사람마다 디자인에 대해 호부호가 다소 갈릴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다소 아쉬웠다. 대신 손에 닿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감각이 무척 인상적이라서 ‘감성 품질 부분에서는 압도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D5 AWD와 T5 모델로서 두 차량 모두 볼보의 차세대 파워트레인 시스템인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반영했다. 디젤과 가솔린 등 연료에 상관 없이 4기통 2.0L 규격의 엔진과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 조합을 골자로 하는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은 볼보의 주력 조합으로 애용되고 있다.
D5 AWD는 최고 출력 235마력과 최대 48.9kg.m의 우수한 출력을 발휘하며 2L의 압축 공기 탱크를 기반으로 한 ‘파워펄스’ 시스템으로 디젤 엔진의 단점인 터보 랙과 굼뜬 초반 가속을 개선해 빠른 발진과 경쾌한 가속 성능을 확보했다. 여기에 전륜과 후륜의 출력 비율을 최대 50:50으로 조절하는 AWD를 얹어 주행 상화에 따른 최적의 트랙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T5 역시 4기통 2.0L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하여 최고 출력 254마력과 35.7kg.m의 토크를 자랑하며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8초만에 가속시키는 민첩성을 과시한다 다만 볼보카코리아는 D5에 AWD를 조합한 것과 다르게 전륜 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한편 두 모델 모두 공인 연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볼보 더 뉴 S90의 시승을 시작하기 전에 더 뉴 S90에 주변을 돌며 차량을 살펴봤다. 기존의 볼보와는 사뭇 다른 디자인 요소들이 들어가 있으나 ‘볼보’라는 큰 틀에서의 이미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분명 새로운 존재임에도 익숙하게 느껴져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형제 모델 대비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도어를 열고 곧바로 시트에 몸을 맡겼다. 실내 디자인 역시 많은 변화를 맞이 했으나 볼보답지 않다거나 어색하다는 느낌보다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이 대폭 줄고,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도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해야 하는 만큼 처음에 많은 적응 시간을 요구 것 같았으나 막상 인터페이스 배치가 무척 직관적이라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먼저 더 뉴 S90 D5 AWD를 시승하게 됐다. 차량 밖에서는 진동과 소음이 괘 노골적으로 들렸고, 또 이전의 볼보를 생각하니 ‘더 뉴 S90 디젤 모델도 어느 정도 소음과 진동이 있겠거니..’하고 있었는데 막상 시동이 걸린 D5 WAD는 무척이나 정숙한 모습이었다. 되려 가솔린 세단이라고 말해도 모를 정도였다.
물론 시동을 걸거나 시동을 끄는 순간에는 디젤 특유의 시동음과 진동 등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 번 시동이 걸린 후라면 실내 공간에서 연료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페달 저 끝에서 자잘한 진동이 올라오지만, 결코 스트레스의 범주에 들지 않을 만큼의 쾌적함이 돋보였다.
다만 디젤 엔진의 특성 상 ISG 개입 시에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면 시동이 꺼지거나 다시 시동이 걸리는 상황에서도 부드럽고 정숙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정숙성이 좋은 차량이었던 만큼 ISG의 개입에 유독 신경이 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적 기준으로 본다면 ‘분명 매력적인 정숙성’을 과시한다.
D5 AWD 모델 다음에 탄 모델은 바로 T5 모델, 아무래도 디젤 모델 후에 경험한 만큼 시동 시의 정숙성이나 엔진의 페달 반응이 한층 향상된 느낌이었다. 기본적으로 엔진 반응이 한층 탁월한 만큼 차량의 움직임은 한층 세련되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현재 시장에서 비슷한 패키징의 2.0L 터보 엔진에 비해 한층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다만 D5 AWD와 다른 점이 있다면 T5는 조금 더 적극적인 필링을 느끼게 한다. 특히 디젤 엔진 대비 RPM을 높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듯 RPM을 돌리기 시작하면 실내로 달리는 감각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사운드를 얹는다. 평소에는 무척이나 정숙한 차량이지만 RPM을 올려 텐션을 끌어 올리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D5 WAD와 T5 모두 기어트로닉 8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되었는데 변속 속도나 변속이 이뤄지면서 출력이 끊겼다 다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만족감이 상당했다. BMW처럼 출력이 다시 연결되며 운전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지 않지만 ‘기어가 맞물리는 감’은 확실히 전하면서도 다시 전해지는 출력으로 인한 충격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끄러웠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면 두 단 가량을 끌어 내려 풍부한 토크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며 드라이브 모드를 컴포트나 에코에서 다이내믹으로 옮기면 이 때에도 기본적으로 한 단을 낮추며 일상 주행에서도 풍푸한 토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한 번 D로 옮기면 어지간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수동 조작을 할 일이 없을 만큼 똑똑하고, 운전자의 의지를 빠르게 반영하는 것 같았다.
더 뉴 S90의 드라이빙에서 엔진 외에도 차체와 조향, 서스펜션 그리고 브레이크 등 드라이빙의 주요 요소들도 빼놓을 수 없다. 5m에 육박하긴 긴 차체와 긴 휠 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나 기계적인 견고함을 과시해왔던 볼보의 역사를 반증하듯 더 뉴 S90 역시 일체감이 돋보이고 탄탄한 차체가 느껴졌다.
여기에 전륜에는 더블 위시본 타입의 서스펜션을 그리고 후륜에는 멀티 링크에 리프 스프링을 연결한 독특한 구조를 적용하여 서스펜션의 패키징을 한층 콤팩트하게 하면서도 차량의 움직임을 더욱 다이내믹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구성했다. 실제 더 뉴 S90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기존의 볼보 대비 기계적인 감각을 덜어내고, 한층 여유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롤을 충분히 허용하는 모습이지만 요철을 지나거나 빠른 조향으로 차량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하면 단단하게 버티는 느낌이 전해진다.
일상 주행에 약간의 고속 주행을 더한 시승 코스의 특성과 우천으로 인한 페이스 저하로 인해 AWD와 일반 전륜구동의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으나 기본적으로 무겁지 않고 편안한 무게감의 조향 감각과 기민하지는 않으나 정교하게 반응하며 노면의 정보를 ‘필요한 만큼’ 전달하는 스티어링 휠의 감각이 돋보였다. 직관적이었던 기존의 볼보가 한층 농익은 느낌이었다.
제동 상황에서는 강력한 제동력 보다는 안정적이고 일률적인 반응이 돋보였다. 우천 상황이었던 만큼 하드 브레이크를 자제했으나 기본적으로 브레이크는 리니어한 성향을 띠고 있다. 덕분에 강한 제동 상황에서도 차체의 밸런스가 흔들리거나 급격한 노즈 다이빙 현상이 없어서 탑승자의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종일관 정숙함에 감탄했으나 더 뉴 S90은 고속 영역에서는 탁월한 모습이었다. 노면의 상태에 따라 소음이 다소 올라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척 정숙한 편이었고, 풍절음은 상당한 수준의 억제 능력으로 경쟁 모델을 잔뜩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시승 중 비가 내리는 상황이 있었는데 풍절음 보다 빗방울이 유리에 부딪치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릴 정도였다.
뛰어난 드라이빙 감각에 감탄한 후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기능 등을 더한 파일럿 어시스트 2, 즉 볼보가 선사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이었다. 블리스나 차선 이탈 경고, 충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 사양이 눈길을 끌었으나 역시 반자율주행 만큼의 임팩틀를 선사하지는 못했다. 스티어링 휠 왼쪽 스포크의 버튼을 통해 손 쉽게 활성화시킬 수 있었다.
이번 시승은 우천 상황에 다소 제한적인 주행 상황이 있었던 만큼 차량의 모든 매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특히 연비의 경우 주행 페이스를 선두 차량에 맞춰야 하는 것과 운전자 교대 및 차량 교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상황 상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또 주행 성능 역시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더 뉴 S90은 분명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단순히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나 볼보 브랜드 고유의 뛰어난 안전 사양 외에도 한층 고급스러워진 차량과 완성도는 물론 완숙미까지 품은 파워트레인 그리고 편안함과 스포티함을 가리지 않는 폭 넓은 드라이빙의 스팩트럼 등을 갖췄기에 시장의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볼보는 2016년, 정말 인상적인 그리고 매력적인 세단을 데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