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꼬솩쌔미’가 고깃집 사장님?” 사투리 못 읽는 챗GPT[GAIF2024]

최정희 기자I 2024.11.19 15:31:21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센터장 발표
美서 'AI 전략자산화'…북미 AI동맹 라인 대응 필요
"역사·가치관·공공·국방·법률 등 소버린AI 필요"
韓 AI파운데이션 모델·반도체 등 생태계 갖춰져 있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문디 가스나야..만다꼬 질찔자맨서 방 기팅이에 쌔리 공가가 있노?..고다꾜솩쌔미 추잡꾸로 그기머꼬?..마 쫌 인쟈 고마질질짜라 엥가이 햇쓰니까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인공지능(AI)이노베이션 센터장 겸 네이버 퓨처 AI센터장은 19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AI 머니게임: 한국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글로벌 AI포럼(GAIF 2024)’에 연사로 참석한 자리에서 2014년 부산일보 수습기자 시험 문제의 한 부분을 발췌해 소개했다. 어머니에게 혼나는 여자 주인공의 직업을 묻는 질문이었는데 문제 해결의 핵심은 ‘고다꼬솩쌔미’에 있다. 이는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의 줄임말이다. 이를 네이버의 AI파운데이션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해결하지만, 챗GPT는 ‘고깃집 사장이나 직원’이라고 답한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이 19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글로벌 AI 포럼(GAIF 2024)’에서 ‘소버린 AI 현재와 미래, 네이버의 비전’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제11회 이데일리 글로벌 AI 포럼’은 ‘AI 머니게임: 한국이 나아갈 길’로 글로벌 AI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 “AI패권 시대, 美가 100점이라면 90점짜리 정도는 만들어야”

하 센터장은 이날 그 나라의 언어, 문화, 역사, 가치관 등을 잘 이해하는 소버린AI(Sovereign AI·특정 국가나 조직이 독립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된 AI)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백제 금동 대향로 이미지를 올려놓고 설명을 해달라고 할 때도 챗GPT는 조선시대 작품이라고 한다.

하 센터장은 “AI가 문화적, 가치관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데이터 편향성에 있다”며 “연구개발, 비즈니스, 제조 등의 분야에선 크게 상관이 없지만 아이들에게 역사나 가치관을 잘 가르쳐야 하는 교육 분야라든지 공공, 국방, 법률 같은 분야에선 그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는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픈소스인 (메타의) 라마를 그냥 받아서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품질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라이센스 리스크가 있고 통제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알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 일본, 핀란드, 독일, 캐나다, 인도, 이탈리아 등에선 오픈소스도 사용하지만 자국의 AI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조 단위 투자를 한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대에선 AI 전략 자산화 전략이 강화되면서 북미 AI 동맹이 강화될 수 있다고 하 센터장은 경고했다. 이는 자체 AI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고 미국 등 빅테크에 의존하다가 언제 어떻게 무역 중단 등의 조치에 처해 질지 모른다는 의미다.

하 센터장은 “미국은 AI를 안보 아젠다로 삼아 AI인프라를 전략 자산화했다”며 “미국 정부가 AI 관련 기업 활동, 핵심 기술과 핵심 자산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에너지 등을 확보해 북미 지역의 AI 동맹을 만들고 있다. 중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중국에 GPU 수출을 금지했는데 다른 나라에도 금지를 고려하겠다고 한다”며 “다른 나라 입장에선 미국 기업들이 개발한 최신 모델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지만, 이를 금지하고 보급형 모델만 수출할 수도 있다”며 “미국의 AI가 100점이라면 우리는 보급형 모델 이상의 90점짜리는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중동·아세안·중남미’ 등 공략해 AI밸류체인 수출해야

AI패권국의 영향력이 강화될수록 소버린AI의 경쟁력 향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하 센터장의 설명이다. 하 센터장은 “소버린AI는 각 지역의 AI다양성, 문화 다양성을 기반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대해나가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많은 자본과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축적, AI 연구개발, 에너지까지 자국의 역량만으로 가능한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라며 “그나마 우리나라는 기술격차는 있을지언정 자체 파운데이션모델, 에너지, 반도체, 통신, 클라우드 등 자체 AI생태계가 갖춰져 있는 보기 드문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미국, 중국이 부담스러운 나라들을 중심으로 공략해 제3의 AI동맹이라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센터장은 “네이버 뿐 아니라 국내에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자체 구축하고 안정적으로 배포, 운영했던 경험들이 있고 AI반도체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체 밸류체인으로 미국, 중국이 부담스러운 국가들에 진출해야 한다”며 “중동 지역, 아세안, 유럽 일부,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첫 타깃으로 사우디의 거대언어모델(올람·ALLaM)의 다음 버전을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라마와 비교할 경우 영어는 비슷한 수준이고 한국어는 훨씬 잘하기 때문에 외신 등에서도 하이퍼클로바X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게 하 센터장의 설명이다.

한편 하 센터장은 AI투자 거품론에 대해 “챗GPT가 나온 지 2년 밖에 안 됐다. 모바일이 처음 나왔을 때보다 매출 비즈니스 기회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이 있다”며 “내년, 내후년 가격 단가 인하 등을 고려할 때 거품론은 시기상조”라고 짚었다. 올 3월 챗GPT4가 처음 나왔을 때 API가격은 100만톤당 가격이 36달러였던 반면 8월 GPT4.o에선 2달러로 뚝 떨어졌다.

다만 “챗GPT o1모델의 경우 아이큐가 120으로 박사학위 소지자 수준의 추론 능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컴퓨팅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며 “관건은 어떤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통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이에 맞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