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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국 함정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중진국에 진입 후 고소득국까지 도약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세계은행은 2022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315~4465달러를 하위 중소득국, 4466~1만3845달러를 상위 중소득국으로 나눠 이들이 ‘중진국’에 해당하며, 그 이상을 ‘고소득국’으로 정의했다. 한국은 1994년 중진국의 선을 넘어 고소득국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자(Investment)와 기술 도입(Infusion), 혁신(Innovation) 3가지(3i)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투자를 늘려 성장을 시작하되 중진국 단계에서는 투자 확대만을 통한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고, 기업가들의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세계은행은 한국을 ‘성장 슈퍼스타’며, 한국의 경제 발전사가 개발도상국 정책 입안자들의 필독서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금융시장 개방과 외국 자본 유치 등을 통해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해외기술 도입과 교육 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이 성공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 세계은행은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뤄진 금융·재벌개혁을 실시한 덕에 시장 담합과 지배력 집중이 완화돼 경쟁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 벤처기업을 육성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고 봤다.
세계은행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기후변화 등으로 중진국들의 성장 전망이 어두워졌다며 “오늘날 중진국이 한국이 25년만에 이뤄낸 성과를 50년만에 달성하는 것을 기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사례를 참고하며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계은행은 중진국의 기존 사회 엘리트와 지배적 기업이 자본의 효율적 분배를 방해하지 않도록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개방으로 자본을 유입시키고, 기술 개발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고해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교육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사회 이동성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봤다.
아울러 녹색성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기후변화는 중대한 도전이지만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탈탄소화 및 저탄소 시장 창출, 에너지 효율성 가속화 등을 통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세계은행 보고서에 대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동경제’와 세계은행의 방향성이 일치하는 점을 확인했다”며 “정부가 설정한 방향이 제대로 된 방향임을 말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