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고립무원' 쌍용차, 정치권이 해법 줄까

이승현 기자I 2020.06.16 17:27:31

평택지역구 홍기원·유의동, 입모아 "쌍용차 살려야"
"쌍용차, 평택지역 경제 비중 높아..무너지면 큰일"
"쌍용차 노조, 모범사례..잘 돼야 노조문화 미래 있어"
업계 "코로나19로 존망기로..기안기금 지원 명분 충분"

지난 8일 오전 평택시청에서 열린 노사민정 특별 협의체 간담회에서 유의동 국회의원(왼쪽 두 번째)이 현재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회의원 홍기원 당선인, 유의동 국회의원,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 지속가능재단 이계안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몇년간 이어진 판매부진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출절벽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손을 누가 잡아줄 수 있을까. 정부와 금융권은 쌍용차의 존속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며 선뜻 지원의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대주인 마힌드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쌍용차에서 손을 떼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질 위기다. 이제 유일한 희망은 지역사회와 정치권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일어난 한국지엠 사태 때도 미국 지엠 본사와 정부, 금융권 모두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 부평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서 한국지엠 노사와 지엠 본사, 정부, 금융권 등을 설득해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유의동 “쌍용차 노조, 회사 살리기 위해 스스로 임금삭감”

16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쌍용차 본사가 있는 경기도 평택시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평택갑, 초선)과 유의동 미래통합당 의원(평택을, 3선)은 정부가 쌍용차를 살리기 위해 나서야 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두 의원이 내세우는 쌍용차를 살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쌍용차가 무너지면 평택 지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쌍용차는 임직원과 가족, 협력업체 등 약 64만여명이 직간접적으로 관계돼 있을 만큼 평택지역 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쌍용차가 무너지면 평택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또 “국가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대규모 실업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쌍용차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그동안 쌍용차가 해온 자구노력와 노사협력을 거론하며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쌍용차는 2009년 소위 쌍용차 사태를 겪은 이후 단 한 차례도 노사분규가 없었다”며 “노조가 투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굳은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뿐 아니라 노조 스스로 임금삭감, 상여금 반납 등으로 회사를 위해 내놓은 자구책이 1000억원에 달한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모범 사례”라며 “이런 기업이 잘 돼야 대한민국 노조문화에도 미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해 9월 학자금 지원 및 의료비 지원 등 20개 항목의 복지 중단을 단행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상여금 200% 및 생산장려금 반납, 연차 지급률 축소(150%→100%), 제도개선 O/T 수당을 반납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했다. 또 지난 4월 2020년 임금 동결 및 단체교섭을 타결함으로써 실질적인 임금 삭감을 통한 고통 분담에 앞장섰다.

쌍용차가 지난 4월 17일 경기 평택공장에서 예병태 대표이사와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 등 노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임금동결을 골자로 하는 2020년 단체교섭 조인식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산은, 만기 도래하는 쌍용차 채권 기한 연장해야”

구체적인 지원 방법으론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조성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을 통한 지원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쌍용차 역시 기안기금을 통한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홍 의원은 “기안기금이 쌍용차에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우선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기한 연장이 필요하다”며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만기연장이 선행돼야 하고, 시중은행에게는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쌍용차가 요청하고 있는 기안기금 지원 규모가 2000억원인데 기업 규모에 비해 큰 것이 아니다”라며 “이 지원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신차 출시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존망의 기로에 놓인 만큼 이번 위기는 넘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란 것이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정부가 기안기금을 통해 쌍용차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쌍용차의 위기가 코로나19와 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따져보면 강도 높은 자구책을 통해 회생 노력을 기울여온 쌍용차가 급격히 어려워진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출절벽과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에 빠진 마힌드라의 지원 철회로 인한 것이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위기가 더 가중된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기업을 위한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