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싸웠어요"…밀레니얼 세대는 왜 '안전불감증'일까

김민정 기자I 2020.03.19 15:42:18

2030세대 PC방·노래방·클럽 이용 잦아...방역 빨간불
''사이토카인 폭풍''에 전 세계 관심 집중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해야

3일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들이 관내에 있는 PC방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사장님이 알아서 잘 소독하셨겠죠”, “앉아서 게임만 하는데 별 문제가 있겠어요”. 청소년이 PC방을 방문해 한 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에 전국적인 확산 현상에 따라 초·중·고교와 대학 등의 개학·개강이 연기되고 방학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래방을 비롯해 클럽, PC방 등의 이용이 잦아지면서 방역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PC방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구로 콜센터’ 처럼 좁은 실내에서 수십 명이 북적되는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뒤늦은 대책을 마련했다.

PC방은 밀폐된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높은데 반해 방역 등 예방 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들의 안전 불감증에 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위해 한 달 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당국 권고에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가기 마찬가지다. A(36)씨는 “초등학생 아들이 방학이 길어지면서 밤새 게임을 하느라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라며 “차라리 PC방을 가지 말고 집에서 하라고 한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B(53·여)씨는 최근 큰딸과 크게 다퉜다고 했다. B씨는 “딸이 대학생인데 친구들과 모여서 술을 먹느라 주 2~3회씩 외출을 한다. 당분간은 친구들 만나는 걸 자제하라고 해도 말을 듣지를 않는다”라며 “답답한 마음에 큰소리를 쳤더니 딸이 되려 더 화를 내더라. 못 나가게 발목을 잡을 수도 없고 외출할 때마다 너무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더욱이 최근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지난 18일 숨진 17세 청소년의 사망원인을 두고 ‘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부모들의 걱정은 배가 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동안 코로나19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에게서 많이 나왔다. 그간 청소년은 물론이고, 20~30대 젊은 층은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가벼운 증상만 유발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이 실렸던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40대도 코로나19로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그간 중국의 코로나19 자료는 노인들이나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럽에서는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코로나19로 위중해진다는 새로운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8일 오후 대구시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보건 당국은 이날 폐렴 증세를 보인 17세 소년이 영남대병원에서 사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이토카인 폭풍’은 인체엑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918년 ‘스페인 독감’과 최근의 ‘신종플루’(H1N1), ‘조류인플루엔자’(H5N1)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간주된다.

특히 사이토카인 폭풍은 면역 반응의 과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높은 젊은 층에서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 지난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확산할 때도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연령대에서 상태 악화를 보이는 환자들이 나오자 의료계에서는 이 현상의 원인으로 사이토카인 폭풍을 거론한 바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치명률은 낮지만 전파 속도는 훨씬 빠르다. 전파력이 빠른 것은 감염 초기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호흡기를 통한 초기 전파가 빠르다 보니 집단시설이나 다중 생활 공간에서 거의 무방비 상태로 감염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밀레니얼 세대들은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다. 지금은 개인주의 시대다. 과거에는 국가, 민족, 공동체 등의 가치가 중요했지만 현재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건 바로 ‘나’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성장한 세대에서 이런 개인주의 성향이 굉장히 발달해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나는 병에 걸리지 않을 거야”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해외에서도 유입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소홀해지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치명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가장 유효하고 긴요한 시기를 향후 2~3주로 판단하고 적어도 그때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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