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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이태원 살인 사건’의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 유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2심에서도 인정됐다.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유상재)는 13일 조씨 유족 측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여러가지 법률적인 쟁점을 한 번 더 깊이 고민했지만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며 “국가는 유족 측에게 3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조씨 부모에게 각각 1억5000만원, 형제 3인에겐 각각 2000만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조씨 유족은 사건 발생 20년 만인 2017년 1월 주범 아더 패터슨에 대한 유죄가 확정된 직후 검찰의 부실·늑장 수사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검찰이 애초 공소제기를 잘못하고 추가적인 수사, 범죄인 인도청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며 10억9000만원을 배상금을 청구했다.
선고 후 조씨 어머니 이복수씨는 “사건 당시 수사 검사와 재수사 신청 당시 패터슨을 미국으로 도망가게 한 검사 때문에 22년 동안 고통을 받고 살아왔었다”며 “국가가 상고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승소는 했지만 22년 유족이 고생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의 부실·늑장 수사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출국 정지 기간을 제대로 연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이미 유족에게 위자료가 지급됐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1999년 출국정지 연장을 제대로 하지 않아 주범 패터슨은 그사이 미국으로 도주했고 2015년에서야 한국으로 강제송환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씨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애초 검찰은 에드워드 리와 아더 패터슨 중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리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로 복역하다 8·15 특별사면되자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노려 1999년 8월 미국으로 달아났다.
검찰은 패터슨의 신병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2002년 10월 기소 중지를 결정했다. 그러다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나서야 법무부는 그 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미국에 냈다.
2011년 재수사 끝에 검찰은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고 패터슨은 2017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