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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소설가 신경숙(55)씨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표절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최희준 부장판사)는 수필가 오길순(69)씨가 신씨와 출판사 창비를 상대로 낸 출판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11일 기각했다.
앞서 오씨는 2008년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가 2001년 자신이 쓴 수필집 ‘목동은 그 후 어찌 살았을까“에 실린 ’사모곡‘을 표절했다며 2016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역에서 잃어버린 어머니를 가족들이 추적하며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을 그린 ’엄마를 부탁해‘와 전주 단오제에서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으며 자식들이 과거를 되새기는 내용의 ’사모곡‘이 모티브 및 줄거리가 비슷하다는 게 오씨의 주장이었다.
또 오씨는 ’사모곡‘의 첫 문장 ’어머니를 잃은 지 열사흘째‘와 ’엄마를 부탁해‘의 첫 문장 ’어머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 째‘를 예로 들며 신씨가 자신의 문장까지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오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두 작품이 비슷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치매·뇌졸중 등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부모를 실수로 잃어버린다는 소재는 다수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것“이라며 ”비슷한 모티브를 갖는 것만으로 섣불리 유사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오씨가 유사성이 있다고 지목한 부분은 모두 통상의 서술 방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장 대 문장 수준에서 신씨가 오씨의 표현을 베껴 썼다고 평가할 정도의 유사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신씨 소설의 등장인물이 훨씬 많으면서도 관계가 복잡하다“면서 ”이야기 구조도 오씨 수필은 어머니 실종 사태에 관한 이야기만 한정됐으나, 신씨 소설은 여러 가족 구성원의 관점을 다루면서 ’엄마‘ 인생 전반을 회상하는 이야기도 다루는 등 전체적으로 두 작품의 이야기 구조가 유사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