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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대로 꼬인 도시바 인수전…SK하이닉스 우선협상 지위 `흔들`

김형욱 기자I 2017.07.12 16:38:54

''우선협상'' 한미일연합과 SK하이닉스 참여 방법 놓고 이견
美법원 웨스턴디지털과 관계 인정 판결…도시바 ''사면초가''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인수전이 꼬일대로 꼬이고 있다. 도시바가 시간에 쫓긴 나머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하이닉스 등 한미일연합과의 본계약 협상과 별개로 인수 의지를 내비친 두 곳과 동시 협상을 시작했다. 사실상 우선협상 지위가 사라진 셈이다. 매각을 둘러싼 도시바-웨스턴디지털과의 법정 공방도 본격화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도시바의 히라타 마사요시(平田政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1일 저녁 주요 채권은행 대상 반도체 부문 매각 현황 설명회에서 미국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 타이완 훙하이정밀공업(鴻海·폭스콘)과도 협상을 재개했다고 밝혔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한미일연합과의 협상이 난항 끝에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연합에는 일본 정부계 자본의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됐다.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28일 본계약을 맺었어야 했으나 SK하이닉스의 참여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원래 기술 유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와 미국과 유럽 당국의 독과점규제를 피해가기 위해서라도 베인캐피탈에 투자하는 방식의 간접 투자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SK하이닉스가 결국엔 직접 지분을 취득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본협상에 와서까지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시간에 쫓기는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과 훙하이 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웨스턴디지털 역시 동종업계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미 헤지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연합해 최소한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다. 훙하이는 중국계 자본에 대한 일본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뜻에 애초부터 매각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으나 다시 ‘협상 카드’로 등장하게 됐다.

도시바는 2016년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채무초과에 빠졌고 이번 매각을 서두르지 않으면 2018년 3월말에 끝나는 2017년 회계연도에도 채무초과가 불가피하다. 2기 연속 채무초과 상태가 된다면 도시바의 회생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도시바는 이미 올 8월 증시 2부 강등이 확정됐다. 채권단도 채무 연장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번 인수전의 또 다른 핵심 변수인 웨스턴디지털과의 법정 공방도 본격화했다.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고등법원은 11일(현지시간)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 직원에게 정보와 칩 샘플에 대한 접근 권한을 계속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양사가 갈등 관계에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지분 협력 관계라는 게 그 이유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합자법인 공동 지분투자를 통해 일본 내 요카이치(四日)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했다. 또 웨스턴디지털은 이를 근거로 매각 절차 중단을 주장해 왔다. 법원의 이번 결정이 즉각적인 매각 중단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양측의 법적 관계를 법원이 인정한 만큼 도시바로선 더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오는 28일 추가 심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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