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중심가인 시먼딩(西門靖)으로 이동해 20~30대 젊은층에게 66년 만에 성사된 양국 정상회담을 지켜본 소회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시마회가 밥 먹여주나요?”
장기 불황에 지치고 위세를 더해 가는 차이나 파워에 예민해져 있는 대만의 청년들은 불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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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먼딩에서 열린 유명 가수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기 중인 대학생들로부터 시마회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전펑(陣豊·24)씨는 “마 총통이 집권한 지난 8년 간 대만 경제는 추락을 거듭했다”며 “내정에 실패한 국민당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형세 전환을 꾀한 것에 불과한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현장에 있던 많은 이들이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 국민당 정부에 대한 비판은 매서웠다.
지난 2008년 취임한 마 총통의 집권 1기(2008~2011년) 후반부터 대만 경제는 급속히 활기를 잃기 시작했다. 2010년 10.63% 수준이었던 경제 성장률은 이듬해인 2011년 3.80%로 추락한 뒤 2~3%대에서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3.3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0년 1만9278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지난해 2만2635달러(약 2618만원)로 1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96%에서 1.20%로 높아졌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민간소비증가율은 3.96%에서 2.77%로 하락했다.
대만의 학기당 학비는 5만 대만달러(180만원) 안팎으로 월 평균 최저임금(1만9237대만달러)의 3배 수준이다. 지난해 대만의 실업률은 3.8%로 전년 대비 0.29%포인트 낮아졌지만 청년 실업률은 12.6%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한진 코트라(KOTRA) 타이베이무역관 관장은 “대만은 청년 취업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중국과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등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실업률이 낮아졌지만 취업 환경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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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명동’으로 불리는 시먼딩은 한국의 명동과 유사하게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광업은 물론 대만 산업계 전반에 걸쳐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상인은 “시먼딩 내에 중국인 소유 점포가 확대되고 있다”며 “유커 덕분에 매출은 늘었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안 교류 확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시먼딩에서도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점포와 한국어로 된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삼성 스마트폰은 아이폰 제조업체로 유명한 폭스콘과 아수스, 에이서 등 대만 전자 기업들을 제치고 현지에서 인지도 1위를 기록 중이다. 지오다노 시먼딩점은 해외 의류 브랜드 매장 중 최대 규모다. 더페이스샵 등 한국 화장품 매장들도 고객으로 북적였다.
타이베이에서 한식당을 경영하는 최정민(가명)씨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중에는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한 기억 때문에 반한(反韓) 감정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20~30대는 개의치 않는다”며 “한류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