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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5부 재판부는 권 이사장에 대한 판결문에서 “방문진 이사의 해임 사유는 뚜렷한 비위 사유가 발생해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신뢰관계가 상실되거나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고 설시했다.
또 “방문진 이사회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의사를 결정했고 그 과정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사장 역시 1인의 이사로서의 권한만 행사해 회의 결과에 직접적인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권 이사장의 해임 사유로 든 △과도한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무리한 투자로 인한 경영손실 △부당노동행위 방치 등을 권 이사장의 해임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남 전 이사장 건을 심리한 행정2부 재판부는 법정에서 자세한 판결 이유를 설시하진 않았지만, 이와 유사한 근거가 판단 기준이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해 8월 14일 남 전 이사장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 약 일주일 뒤인 20일에는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권 이사장의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의 임기는 1년 가량 남은 상태였지만 방통위는 두 이사장이 KBS와 MBC 등 방송사 경영에 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해임 처분했다.
아울러 여권 성향의 각 언론사 노조는 이들이 임기 중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 남 전 이사장이 720만원 규모의 법령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권 이사장에게도 해당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방통위에 관련 자료를 이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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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해임으로 인한 개인의 손해보다 방통위의 정책적 판단이 우선돼야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남 전 이사장이) KBS 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불이익을 입는 것은 사실이나 남은 잔여 임기, 이사장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개인의 자아를 실현하는 부분 보다는 의결기관으로서 정책적 판단을 하는 공적인 부분이 더 강조된다”고 설명했다.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지만 해임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에서 이날 재판부가 남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해당 판결이 확정될 경우 남 전 이사장은 KBS 이사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생겼다.
권 이사장은 역시 해임 처분에 불복해 즉각 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방통위를 상대로 해임취소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법원이 지난해 9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권 이사장은 복귀했고 올해 3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권 이사장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지만, 그 당연한 결정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를 드린다”며 “위법하고 부당하게 저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심위원들을 해임했던 방통위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권 이사장의 임기는 2024년 8월 끝났지만, 차기 이사진 임명에는 제동이 걸린 상태다. 전임 이사진이 제기한 신임 이사진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을 1·2심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