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검찰총장부터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까지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걸 보며 좋은 수사, 공정성 있는 수사에 대해서는 왜 일사불란하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 총장은 현 정권에서 22개월 간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부터 조국 전 장관까지 3명의 장관을 보좌했다. 특히 조 전 장관 사퇴 후 장관 권한대행을 맡아 ‘조국판 검찰개혁’을 승계했고, ‘검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등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작업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전력 탓에 김 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의힘은 “정권의 눈치만 보고, 절대로 칼을 대지 않을 ‘믿을맨’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임명을 반대했지만, 박 장관은 김 총장이 ‘검찰 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는 이유로 임명 절차를 강행했다.
|
이처럼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박 장관과 김 총장은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 보고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갈라서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었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등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힌 박 장관과 달리, 김 총장은 법무부에 수사지휘권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김 총장의 이 같은 태세 전환은 검수완박 추진 반대를 통해 확고해 지는 모양새다. 자신을 임명한 정권과 박 장관에 반기를 들면서까지 그가 이처럼 스탠스를 바꾼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검찰 조직을 존폐 기로에 서게 했다는 책임론을 의식해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차원이라고 해석한다.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 변호사는 “임기 완수 의지를 밝힌 김 총장은 검찰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부 여론을 잘 전달하고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을 잘 방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검찰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김 총장은, 박 장관이 검찰총장까지 겸임한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정권의 뜻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여 검찰 내부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현재 정국을 기회 삼아 검찰권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퇴진 후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