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오해받은 행시 합격자…1, 2심 모두 "퇴학 부당"

남궁민관 기자I 2020.09.10 18:06:26

동료 분임원들 촬영하다 뒤 피해자 신체 찍혀
인재개발원, 퇴학처분 후 형사고발까지 했지만
형사소송선 檢 '혐의없음'…퇴학처분엔 法 "위법"
"고의 없을뿐더러, 퇴학처분 과정 방어권 침해"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5급 국가공무원 합격자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하 인재개발원) 연수 중 여자교육생을 몰래 촬영했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 뒤 퇴학처분을 취소해달라면 낸 행정소송에서 1, 2심 모두 승소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이데일리DB)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시철)는 10일 국가공무원 5급 공개채용 시험 합격자 A씨가 인재개발원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유지, 피고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인재개발원 연수 중 강의실에서 사진 2장을 촬영했다. 첫번째 사진에는 피해자 B씨의 허벅지 뒷부분 일부가 노출된 장면이 찍혔고, 3초 뒤 찍은 사진에는 B씨가 서 있는 장면이 찍혔다.

A씨는 촬영 당시 가까이 있던 A씨의 분임원들을 촬영한 뒤 나중에 공유하려는 의도로 촬영한 것이고, 뒤쪽에 있던 다른 분임조 소속 B씨가 우연히 그 배경의 일부로 찍힌 것일뿐이라고 주장했다. 노출된 신체 부위를 촬영하고자 한 고의가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인재개발원은 사건발생 2주일여 만에 A씨에 대해 퇴학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 A씨가 퇴학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인재개발원은 A씨를 성폭력범죄 등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A씨를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먼저 결론이 나온 것은 형사 소송건이었다. 검찰은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범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11월 A씨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어진 퇴학처분 취소 관련 행정소송에서도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었다.

일단 1, 2심 모두 A씨가 B씨의 신체 부위를 촬용하고자 하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촬영 당시 A씨 분임원들은 A씨 좌우에, B씨는 그 뒤쪽 A씨 정면 방향에 있어 자연스럽게 B씨가 사진 중앙 부근에 놓이는 구도가 되므로, 이런 구도만으로 A씨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고 B씨가 확대되거나 그 신체 부위가 부각됐다는 사정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A씨는 상체를 뒤로 젖혀 촬영하면서 이를 숨기지도 않았고 이런 촬영방식은 일반적 몰래 카메라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2심은 인재개발원이 A씨에 대한 퇴학처분을 내리면서 A씨의 방어권 행사 기회를 제한한 위법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는 “인재개발원은 공법상 징계처분에 관해 가장 무거운 퇴학처분을 검토하고 있었고 공정성을 지키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사천리로 절차를 마무리한 것은 방어권 행사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한한 것”이라며 A씨의 진술서 열람·복사 요청은 물론 휴대전환 반환 요청 등을 거부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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