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를 직감한 것일까. 투표가 끝난 오후 8시께 민주당사에는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 민주당 지도부 한 명도 자리하지 않았다. 투표 마감 몇 시간 전부터 취재진과 당 관계자들로 장사진을 친 국민의힘 당사와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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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선거점퍼로 물든 국민의힘 당사와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정장을 입었다. 여성의원인 양향자·박성민 최고의원도 각각 회색이감도는 하늘색과, 회색빛 정장을 입었다. 김 직무대행을 비롯 남성 의원들의 넥타이는 일제히 어두운 색깔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전방에 위치한 TV를 응시했다.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KBS 개표방송을 통해 출구조사 카운트다운이 이어졌다. 오후 8시15분 발표된 출구조사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압승이었다. KBS·MBC·SBS 방송 3사가 이날 공동으로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는 오 후보 59.0%, 박 후보 37.7%로 20%포인트가 넘는 격차를 나타냈다.
침묵이 이어졌다. 카메라 셔터 소리만 정적을 깨웠다.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거나 긁적이는 등 출구조사 결과를 믿지 못 하겠다는 제스쳐도 보였다. 망연자실한 표정도 얼굴을 스쳤다. 김 직무대행이 한숨을 쉬는지, 마스크가 들썩였다.
개표방송을 통해 국민의힘 오 후보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소감이 이어졌고,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어느 누구도 선뜻 침묵을 깨지 못 했다.
오후 8시 25분. 김 직무대행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출구로 향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전원 일어나 당사를 떴다. 도착 20분만이자, 출구조사 발표 10분 만이었다. 박 후보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부인이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질병관리청의 권고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민주당 공보국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