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19 백신 특허권 인정해야"…WHO 결의안에 반기

김나경 기자I 2020.05.19 17:21:05

세계보건총회서 백신 특허권 공유 두고 국가간 입장차
아프리카 국가들 "백신 구하기 더 힘들어질 것" 우려
시진핑 "백신은 공공재".. 미·중 대립 구도 심화

△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식업계 임원진들과 회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를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비판해왔다. [사진제공=AFP]
[이데일리 김나경 인턴기자] 미국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특허권을 공유하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의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다수의 빈곤국,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은 특정 제약사나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을 독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주재 아프리카 대사관들은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외교관들이 코로나19 백신 특허권을 세계 각국이 공유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의 문구를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대륙의 한 대사는 “미국은 무역관련지식재산권(TRIPs) 조약을 넣어서 결의안의 효력을 희석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WHO는 18일부터 이틀간 세계보건총회(WHA)를 열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 중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특정 국가나 기업이 독점하지 않고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하자는 결의안은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엘런 호엔 암스테르담대학교 교수는 “실제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에이즈(AIDS) 치료제를 구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동안 수백만명의 환자들이 죽었다”라며 “부자국가들이 앞줄을 차지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결국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재앙인 만큼 각국이 모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선언적 명제에는 모두 이견이 없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식이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일본 등 의약기술이 뛰어난 나라들은 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인정돼야 혁신이 가능해지며 기부와 파트너십을 통해서도 코로나19 백신을 공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결의안 초안에 따르면 이들 국가들은 결의서에서 도하 선언(Doha Declaration)과 관련된 내용을 배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2001년 채택한 도하 선언은 국가적인 보건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각국이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국가는 특허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EU는 자발적 특허 공유 방식을 제안했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한 나라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식재산권(IP)에 넘기고 저렴한 라이센스 비용을 매겨 공급하는 방식이다.

앞서 프랑스 제약회사인 사노피 최고경영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비용을 댔다면 백신이 개발될 경우 가장 먼저 주문을 할 권리는 미국에게 있다고 발언해 프랑스 사회를 뒤집어 놓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즉시 사노피 임원진을 엘리제궁으로 소집하고 EU연합이 성명서를 내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특허권 문제는 미·중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시진핑 중국 주석은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전 세계적인 공공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년간 20억달러를 WHO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억 달러가 WHO에 지원된다면 연간 10억 달러, 즉 미국이 기존에 내놨던 연간 4억 달러의 2.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의안은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16일(현지시간) 마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어울려 놀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에는 28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진제공=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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