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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이번 대출 규제로 주택시장에 유입되던 돈줄이 막히면서 거래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고 거래 절벽도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내달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전국의 신규 입주 예정 아파트는 13만 895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늘어나 ‘입주대란’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부담이다.
◇ 주택시장 유입 돈줄 막혀… “거래 침체 불가피”
서울지역 주택시장은 추석 연휴 이전까지만 해도 거래가 활발하고 가격도 상승세를 탔으나 연휴 이후엔 거래와 가격이 주춤하며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다. 실제로 이달 들어 서울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모두 2308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00건이 거래된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하루 평균 451건) 4분의 1 수준이다. 주택시장이 잇단 규제로 침체 분위기였던 전월에도 하루 평균 279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노원구 상계동 S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기 집을 갖고 있으면서 조금 더 큰 평수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은 대출 금액이 확 줄어 매수를 포기하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관망세를 보이며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추석 직후 0.36%에서 가계부채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 20일에는 0.23%로 오름세가 둔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가계부채대책 발표로 대출이 더 어려워져 당분간 거래가 끊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대출 규제로 수요가 줄면서 거래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은 분위기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대출 규제로 인해 신규 주택 수요가 급감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유주택자의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입주 물량 과잉과 다주택자 매물 증가까지 가세할 경우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값 내릴까…엇갈리는 집값 전망
다만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거래가 줄면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매물이 덩달아 귀해지면서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송파구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꺼내 든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는 내년 1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내년 하반기 시행되기 때문에 당장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금리 인상도 가시화되고 있어 정부가 주택시장 규제 강도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은 당분간 강보합세를 보이다가 정부의 추가 대책이 계속 나오는 연말로 갈수록 매물이 조금씩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거래를 진행하다가 대출이 생각만큼 안 돼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다만 강남 재건축 단지에선 매물이 귀한 데다 시세 상승 기대감도 여전해 매수 문의는 주춤해도 호가는 지금처럼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대출 규제 강화가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차주와 은퇴하고 근로소득이 없지만 자산만 많은 액티브 시니어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도금대출 보증 한도 축소에 따라 신규 아파트 청약 수요자들도 자금 조달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추가 규제가 예정된 것도 주택시장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은 내달 발표되는 주거복지로드맵을 봐가며 기존 주택을 처분할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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