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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崔, 朴 삼성동 사저 2층 현금 보관 알려줘"

한광범 기자I 2017.04.24 17:31:56

檢 조사 당시 검사 눈 피해 A4 용지에 메모 시도
"이모 심부름 왔다 해라. 그 돈으로 유라 키워야"

최순실 씨가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죄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최순실(62)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에 현금이 있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가 직접 이 돈을 마음대로 사용했던 정황도 함께 공개됐다.

최씨 조카인 장시호(38)씨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에 대한 뇌물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최씨에게서 이 같은 말을 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장씨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12월 4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상태로 장씨와 함께 조사를 받았다. 이는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던 최씨가 “최순득씨와 장씨를 만나면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조치였다.

장씨는 검사실에서 최씨를 만나자마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살려달라”고 했다. 최씨도 함께 울면서 “네가 무슨 죄가 있니. 내 심부름을 한 건데”라며 수사 검사를 향해 “검사님 유진(장시호 개명 전 이름)이는 언제 나갈 수 있나요. 제가 진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는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장씨를 안은 채로 울면서도 장씨의 귀에 계속 무슨 말을 속삭이려 했다. 장씨가 고개를 가로지으며 ‘못 알아듣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검사를 향해 “얘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다.

최씨는 이후 검사 앞에 장씨와 나란히 앉자 조사를 받기 시작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건네려 했다. 그는 검사를 마주 보며 장씨와 나란히 앉자 책상에 있던 A4용지를 이용했다. A4용지를 반으로 접어 검사 쪽에서 내용을 볼 수 없게 한 후 책상 밑에서 발로 장씨를 툭툭 치며 용지를 보라고 했다.

그는 글씨를 계속 적었으나 장씨가 이를 알아보지 못하자 지웠다가 쓰기를 계속했다. 최씨가 A4용지에 쓴 글자는 ‘삼성동 유연이 유치원’이었다. 장씨가 계속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이자 최씨는 더욱 대담해졌다.

‘물을 마시고 싶다’ 요구하며 검사가 잠시 자리를 비우도록 한 후 A4 용지에 또박또박 ‘삼성동 2층 방 ○○(정유라 아들 이름) 유치원’이라고 적었다. 그는 곧바로 장씨 귀에 입을 대 “잘 들어. 2층 방에 돈이 있어. 유연이(정유라 개명 전 이름), ○○ 그돈 갖고 키워”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때 검사가 돌아오자 “유진이, 유연이가 무슨 죄냐”고 했다. 그러면서 “유진이도 물 한잔 갖다 주세요”라고 말하며 검사가 다시 자리를 비우도록 했다. 그는 곧바로 장씨에게 “삼성동 경비가 너를 모르니 ‘이모 심부름 왔다’고 하면 문을 열어줄 거야”라고 전했다. 검사가 다시 들어오자 최씨는 “우리 유진이 어떡하냐”며 울었다.

조사가 재개되자 그는 A4 용지에 ‘삼성동 방 과장 열쇠’ 등을 다시 적었다. 방 과장은 최씨의 수행 비서인 방모씨를 말한다. 최씨는 다른 검사가 추가로 방에 들어와 조사가 분리되려고 하자 ”나도 심부름한 것밖에 없는데 이게 뭐니. 나도 대통령이 한 것을 말하겠다“고 혼잣말을 했다.

장씨는 법정에서 당시 최씨의 행동에 대해 “당시 검사님이 저는 다 자백해서 두 달 정도면 금방 나갈 거라고 말해줬다”며 자신의 석방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추측했다.

그는 “삼성동이 박 전 대통령 사저인 것은 알고 있었다”며 “당시 삼성동에 정말 돈이 있다는 건지 몰랐다. 최씨가 잘 알아들었느냐고 눈빛으로 얘기했는데 굉장히 혼란스러웠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삼성동 사저에 대해 알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나라당 시절에 박 전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을 집으로 초대했을 때 서빙하러 간 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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