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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낙태 규제 유명무실…"처벌 강화해야" Vs "원정수술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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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I 2016.10.17 16:37:25

의료인 자격정지 기간 최대 12개월…내년 중 시행
5년 9개월간 불법낙태 100만건 중 행정처분은 23건 뿐
“낙태 불가피한 사유 등 고려해 규정 명확히 해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보건복지부가 불법 인공 임신중절수술(낙태)에 대한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지정해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면 중국 등 해외에서 낙태수술을 받는 등 음성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행법상 낙태 수술은 형법과 의료법상 처벌 조항이 있다. 임산부의 위중한 건강상태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불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불법 낙태와 관련 의사면허 자격정지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12개월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임산부의 건강과 출산 결정권 제외, 불법 수술에 대한 세부적 규정 미비 등을 이유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불법낙태 100만건 중 행정처분은 23건 뿐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월 9월까지 5년 9개월 동안 국내에서 불법 낙태수술에 따른 의료인 행정처분은 단 23건에 불과하다. 의료계가 추정하는 한해 불법 낙태 수술은 약 20만건. 6년여 기간동안 100만건이 넘는 불법 낙태가 행해졌지만 고작 23건만이 적발됐다. 형법과 의료법에 규정된 낙태 금지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된 법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보면 불법 낙태를 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불법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의료인에 대해선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불법 임신중절 수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의료법에 따라 3년간 의사 면허가 취소되고 벌금형 미만이면 자격 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불법 낙태수술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면허 취소를 받은 의사는 현재까지 총 4명에 불과했다. 낙태수술을 받던 중 사망하는 등 심각한 의료사고로 재판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진 경우에만 행정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불법 낙태수술을 한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규제개혁위원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낙태 처벌을 단순히 12개월로 강화해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낙태 사유를 고려해 처벌조항을 경고단계부터 시작해 12개월 자격정지 기한 등 다양하게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여성 참여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는 정부의 입법예고를 규탄하며 해당 법률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임신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의료계는 낙태를 비도덕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단순히 처벌만을 강화하면 비공개적인 음성시장이 자연스레 확산돼 임산부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낙태수술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이를 명문화하면 실제 몰래 수술을 받고 의사를 협박해 진료비를 내지 않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최대 의사 자격정지 징계기한인 1년은 사실상 병원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운정원 산부인과 전공의는 “안전한 낙태에 대한 접근권은 단지 시술이나 약 자체뿐만이 아니라 의학적 배경, 건강보험체계,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하나하나 연결돼 있다”며 “안전한 낙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원정 낙태, 무자격자 시술 등 낙태수술 음성화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회장은 “임신중절을 금지한 필리핀은 불법 수술로 인한 사망건수가 연간 8만~10만명에 달할 정도”라며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게 아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규정상 부족하거나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낙태금지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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