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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얼, 삼성·LG 텃밭 한국에 도전장…"초심으로 혁신·차별화"[만났습니다]

신정은 기자I 2022.03.16 17:00:00

저우윈제 하이얼 신임 회장 겸 CEO 인터뷰
"한국, 가전제품 수준 매우 높아…신생활체험 제공"
"사용자 중심 제품개발 강점…해외 성공사례 다수"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해외에서 다국적 기업들과 겨루어야만 진정한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이얼은 한국 시장에서 계속 초심을 유지하며 제품의 혁신과 차별화를 이루겠습니다”

세계 최대 가전제품 브랜드인 중국 하이얼(海爾·Haier) 그룹의 저우윈제(周雲杰·사진·56)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저우 회장은 지난해 11월 하이얼 창업자인 장루이민(張瑞敏) 전 회장이 37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회사를 이끌고 있다.

사진=하이얼그룹 제공.
저우 회장은 1988년 대학 졸업 후 하이얼의 전신인 국유기업 칭다오냉장고총공장에 입사해 공장장, 총경리 등을 역임했다. 2000년 하이얼의 부총재가 됐으며 2013년 총재로 선임되는 등 하이얼의 역사를 함께 해온 인물이다.

저우 회장은 취임 후 첫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이얼의 해외 진출 전략에 대해 “먼저 선진국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가 된 후 개발도상국 시장을 여는 것”이라며 “1999년 하이얼은 미국에서 공장을 설립했고, 당시 사용자 수요를 세분화해 틈새 상품으로 시장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하이얼은 미국에서 대학생 기숙사를 겨냥해 컴퓨터용 책상을 냉장고에 부착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미국 냉장고 시장 점유율의 50%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이얼은 글로벌 시장조사 연구기관인 유로모니터 기준 지난해까지 연속 13년 세계 대형가전제품 판매량 1위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3327억위안(약 64조74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하이얼의 한국시장 매출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한국 진출 초기인 지난 2004년에는 와인냉장고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굴지의 국내 가전기업이 장악한 한국 시장에서 냉장고 등 백색가전 점유율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이얼은 최근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도어의 색상, 재질을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컬러 글라스냉장고 등 인기 제품의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국내에서 하이얼 냉장고 매출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상품이 됐다.

저우 회장은 “한국은 가전제품 수준이 매우 높은 시장”이라고 평가하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하이얼은 시종일관 현지 사용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혁신을 견지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024년 한국 진출 2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초심을 유지하고, 제품의 혁신과 차별화를 통해 한국 사용자에게 지능적이고 개성화된 생활 체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이얼 칭다오 본사 전경. 사진=하이얼 제공


다음은 저우 회장과 일문일답.

-하이얼의 주요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하이얼은 하이얼, Leader, GEA, AQUA, Candy, 피시&파이크 등 7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160여개 국가 및 지역에서 10억 이상의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얼의 경쟁력은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항상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키가 크고 식재료를 나눠 저장하기 좋아하는 러시아 소비자들을 겨냥해 현지에서 2m 높이에 서랍을 4개 갖춘 냉장고를 개발했다. 인도에서는 물 공급 부족을 감안해 제로(0) 수압 세탁기를 선보였다. 두번째는 항상 과학기술혁신을 견지해 나가는 것이다. 하이얼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 서로 다른 지역의 사용자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신속히 글로벌 자원을 통합, 기술 혁신을 진행할 수 있다.

아울러 하이얼의 누적 특허출원 건수는 7만5000건에 달한다. 2021년 글로벌 스마트홈 발명 특허 순위에서 하이얼은 4535건으로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중국 가전제품 시장을 평가한다면.

△중국 소비의 변화는 명확하다. 소비 형태가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전체 가전제품 산업은 고급화, 맞춤화, 지능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동시에 사용자의 요구도 다양화하면서 제품 구매에서 맞춤형 원스톱 방안이 사용자의 새로운 선택이 됐다. 경쟁자는 없고, 사용자만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모든 출발점은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것이다. 사용자의 요구는 끝이 없고, 우리의 혁신도 끝이 없다. 사용자의 체험을 만족하기 위해 우리는 각 분야의 생태계 파트너들과 연합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공유할 것이다.

-하이얼 그룹은 중국 기업 중에서도 비교적 초기에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던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

△해외 진출을 서둘렀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중국인의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1980년대 장루이민 창업자는 독일에서 중국 브랜드 상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독일에서 명절을 맞았던 그는 밤하늘의 불꽃축제를 보게 됐는데, 여기에 사용된 불꽃놀이가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장 창업자는 중국의 공업 수준이 떨어져있긴하지만 조상들의 발명품이 대단하다고 느꼈고, 꼭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하이얼은 가장 일찍 해외시장을 포석한 중국 기업 중 하나다. 하이얼은 대량 수출을 시작한 1991년부터 자주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해 이미 글로벌 브랜드의 ‘수확기’에 들어섰다.

-2024년이 하이얼의 한국 진출 20주년인데, 장기적인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가.

△한국은 가전제품 수준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한국에 진출한 이래 우리는 시종일관 현지 사용자들의 요구를 만족하기 위한 혁신을 견지해 왔다. 다가오는 20주년을 맞이해 여전히 초심을 유지하고, 사용자 체험을 중심으로 세계 일류의 생태계 협력 자원을 통합하겠다. 또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제품으로 한국 사용자에게 지능적이고 개성화된 생활 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어떤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까.

△코트라(kotra)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136억 달러로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정식 발효와 더불어 양국의 경제무역 투자, 기술 협력이 지속적으로 심화하길 기대한다. 더욱 많은 한국 친구들이 중국을 찾아 급속하게 발전하는 경제 흐름 속에서 발전의 기회를 공유할 수 있길 희망한다.

저우(왼쪽) 회장이 하이얼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하이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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