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김윤지 기자] “코스피 2614…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27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3% 넘게 하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스피가 2900선에서 2800선, 2700선으로 내려가면서도 다시 반등할 것이라며 ‘물타기’(매입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평균매입단가를 낮추는 행위)에 열중한 이들은 이젠 “지하까지 내려왔는데 더 내려갈 곳이 없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하락은 국내외 요인이 모두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3월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점과 이날 상장한 기업공개(IPO) 초대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부진한 흐름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설 연휴를 앞두고 불안한 심리에 패닉셀링(공포에 의한 투매)까지 더해져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 2018년 미·중 무역갈등 이후 최악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4.75포인트(-3.50%) 내린 2614.4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2709선에서 상승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한때 2722선까지 올랐지만, 하락 전환해 2614선까지 미끄러졌다. 2634포인트를 기록한 지난 2020년 12월 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월에만 12% 하락했다”며 “코로나19 팬대믹(전세계 대유행)이었던 2020년 3월(코스피 -11.7%, 월중 -27%)과 미·중 무역갈등이 심했던 2018년 10월(-13.4%) 이후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미국 FOMC 회의 직후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현행 300억달러 규모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가 종료되는 3월 중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고용시장 회복세를 위협하지 않고 금리를 올릴 여지가 꽤 많다”라고 언급했다. 이 점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해석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재차 위축됐다.
글로벌 증시도 출렁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3.11%, 홍콩 H지수는 3.04% 각각 하락했다. 중국 상해지수(-1.78%)와 대만 가권지수(-0.15%)도 내림세로 마감했다.
◇ LG엔솔 여진에 대형주 하락세 지속
글로벌 증시 대비 국내 증시 하락폭이 유독 두드러진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슈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상장 전부터 ‘증시 블랙홀’로 불리며 시중 유동성을 흡수했던 LG엔솔은 상장 당일에도 유동성을 빨아들였다. 단번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에 등극하며 이날 하루에만 8조80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신규상장 종목이어서 다음날부터 코스피지수에 반영돼 이날 LG엔솔의 상장 직후 하락의 경우 지수 자체에 영향력이 없지만, 수급부담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총 2위 규모의 대형 IPO인 만큼 해당 종목에 대한 편입을 위한 여타 다른 대형주에 대한 비중축소 움직임과 이에 따른 수급 왜곡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하락 우위를 보였다. LG엔솔의 모회사인 LG화학(051910)은 8.13%, 삼성SDI(006400)는 6% 하락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3% 안팎으로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은 진정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경민 팀장은 “코스피 2600선 초반의 경우 낙폭과대,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지수대”라며 “투자심리와 수급불안 진정 시 기술적 반등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재환 팀장은 “코스피 2600대는 올해 영업이익 -10% 감익까지 반영한 수준”이라며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03배까지 떨어진 상황인 만큼 추가 하락이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힘든 구간이지만 여기서 매도한다면 더 골치 아플 수 있다”며 “반등한다면 2700~2800선은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다. 지금은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