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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마저 당했다"?…오히려 글로벌 공급난 속 선방

김보겸 기자I 2021.10.14 17:12:16

아이폰13 생산량 1000만대 줄였지만
전작 아이폰12에 비해서는 주문량 늘어
"애플, 독자적 공급망 확보했기에 가능"
공급 차질 예측하고 발빠르게 전략 선회

팀 쿡 애플 CEO가 지난달 미 캘리포니아 애플 파크에서 아이폰13 프로맥스와 애플워치 7을 발표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에도 애플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플마저 당했다”는 일각의 탄식과는 달리,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을 고려하면 신형 스마트폰 시리즈인 아이폰13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비결로는 ‘공급망 관리의 달인’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구축한 독자적 공급망으로 반도체 부족 타격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꼽힌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3 생산목표치를 8000만대로 잡았다. 애초 페가트론이나 폭스콘 등 아이폰을 조립하는 계약업체에 신작 아이폰 9000만대 생산을 주문했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1000만대 줄인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지난해 아이폰12 출시 때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통상 약 7500만대 수준으로 주문해온 것을 고려하면 아이폰13은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도 오히려 생산을 늘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사실이 보여주는 건 두 가지다. 먼저 세계적 반도체 대란이 애플 생산능력에도 영향 줄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애플이 필요한 공급분을 적당히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와 비교할 때 차이는 확연해진다. 올해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신차 생산 대수는 770만대 감소해 매출 손실이 2100억달러(약 246조855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컨설팅회사 앨릭스파트너스는 “다른 업계를 괴롭히고 있는 반도체 부족을 감안할 때 애플이 필요한 모든 공급을 확보했다는 것은 기적적”이라고 평가했다.

공급망 차질을 예상해 발 빠르게 기존 방식을 수정한 애플의 전략이 유효했다. 통상 애플은 세계 시장 수요를 계산해 수요만큼만 생산하는 전략을 폈다. 아이폰 재고를 최소한으로만 보유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극단의 공급망관리(SCM) 전략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전용 전자제품 수요가 폭등하면서 애플은 전략을 바꿨다.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미리 생산해 쌓아두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지난해 아이폰12 시리즈가 이런 방식으로 생산됐다.

또한 공급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자체적인 완충장비를 구축하는 식으로 대처했다. 공급망관리의 달인으로 불린 팀 쿡 CEO가 전임 최고운영책임자(COO) 시절 대대적으로 공급망을 개선한 덕분에 독점적으로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팀 쿡 당시 COO는 기존에 계약한 부품 공급업체 100군데를 24군데로 줄여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핵심 부품은 독점 계약했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주요 공급업체와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공급망 전략을 통해 애플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R&D) 비용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제 애플의 R&D 투자 비율은 매출의 6.1%에 그치는 반면, 퀄컴 등 반도체 기업들은 치열한 부품 조달 경쟁 속 25%를 투자했다.

결국 애플의 고민은 공급보단 수요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이 인플레 우려로 경기부양책을 축소하고 애플의 최대 시장인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 잠재고객층의 소비 여력에 영향을 미쳐 아이폰 수요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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