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디언 학살이 대량학살”…아세안에서 충돌한 미·중

정다슬 기자I 2021.08.05 17:42:57

미·일 EAS에서 남중국해 신장위구르·홍콩 문제 거론
韓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이 중요…항해·비행의 자유 보장해야"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4일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남중국해와 인권 문제 등을 놓고 미·중·일이 충돌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남중국해에서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이 존중되고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부 장관, 왕이 중국 국무위원 및 외교부장. [사진=AFP, 중 외교부]
◇미·일 협공에 中 반박 나서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지역 정세를 논하며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불법적인’ 해양 주권 주장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2016년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중국의 구단선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 중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보도자료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홍콩 정세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역시 이날 회의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에서 힘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가 지속·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강력하게 반발한다고 밝혔다. 또 홍콩 정세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일의 협공에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추가 발언을 요구해 반박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왕 위원은 “예상했던 대로 미국 등 국가가 이 다자 플랫폼(EAS 외교장관회의)을 이용해 중국 내부의 일에 공격하고 먹칠했다”고 비판했다.

왕 위원은 남중국해 열도는 중국인들이 처음으로 발견하고 이름 짓고 개발, 활용한 섬이라고 주장하고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공동 노력으로 항해와 자유 비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없지 않는데도 다른 역외 국가들이 “이간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장 위구르와 홍콩 문제에 대해서는 발언 수위가 한층 고조됐다.

왕 위원은 “최근 몇 년간 신장 위구르 인구는 2배, 평균 기대 수명 역시 2배 늘어났다. 주민들의 소득은 해마다 늘고 생활 수준도 점점 높아졌다. 대량학살이라고 하면 미국의 인디언 학살이 진짜 학살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를 양산한 것이야말로 진정한 반인도적 범죄”라면서, 미국이 신장 위구르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며 “미국의 양심과 신용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또 홍콩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 제정과 선거제도 개혁이 홍콩의 안정을 회복하고 법치를 개선했으며 홍콩에 거주하는 이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했다”며 “70% 홍콩인들이 현 상황이 만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용(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4일 화상으로 진행된 동아시아정상(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신장위구르·홍콩 언급 없어…지난해 발언 수위와 비슷

우리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보다 늦은 5일 오후에서야 EAS 외교장관회의 결과를 정리한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는 신장 위구르나 홍콩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정 장관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남중국해에서 유엔해양법협력(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이 존중되고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서 중-아세안간 남중국해 행동규칙(COC) 협상이 진전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특정 국가의 편을 들지 않은 채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는 지난해 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의 발언 수위를 유지한 것이다.

외교부는 또 정 장관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한미 정상회담 때 논의됐던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남북 통신선 복원 등 최근 진전 사항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이에 대한 EAS의 지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은 한국시간으로 6일 오후 8시부터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도 함께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도 미·중의 입장 차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 중인 역내 안보협력체인 ARF에서 북한 측 참석자와 발언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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