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배의 로스팅 탐방기] 커피 그림자가 된 물왕저수지 카페

심보배 기자I 2018.12.19 16:28:20

시흥 커피가 맛있는 집
로스터리 카페 WATERKING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행복은 타인의 잣대가 아니다. 우리는 행복하려고 살지만 정작 행복하냐고? 묻지 않는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요소가 무엇인지?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이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면, 그냥 지나쳐버린 소중한 행복들을 찾아보자. 힘든 일상에서도 즐거움을 찾으며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행복 마니아처럼 말이다.

이번 로스팅 탐방은 ‘소확행 매니아’ 행복 상위층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시흥 로스터리 카페 ‘워터킹’이다. ‘커피가 맛있는 집’으로 알려진 카페는 경기도 시흥시의 최대 담수호로 호수 둘레길 주변으로 맛집과 카페가 많아 데이트, 드라이브코스로 유명한 물왕 저수지에 있다.

로스터리 카페답게 커피 향은 골목 초입부터 느낄 수 있었다. 카페는 단층구조의 건물과 넓은 주차장이 있다. 카페 내부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행복한 시간으로의 초대를 의미하듯 아늑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와 책장에 있는 책 한 권을 꺼내 마음에 드는 문구를 되뇌며, 부드러운 커피를 음미하며, 카페 탐방이 시작되었다. 점심시간 이후라 단체 손님도 있고, 친구와 단둘이 커피를 즐기는 사람, 혼자 무언가를 생각하는 사람, 다들 다양한 모습과 표정으로 그 시간을 공유했다. 마음씨 좋은 오빠처럼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카페지기 오늘의 주인공 서태수 씨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카페를 하게 된 동기는?

“막연하게 장사가 하고 싶었다. 왜 장사가 하고 싶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기억 때문인 것 같다. 집 앞 가게가 있었는데 한적한 시골인데도 유난히 사람들이 그 가게를 자주 드나들었고, 어린 눈에는 장사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고 느꼈던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회사를 다니면서도 장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2003년 커피를 제대로 알기도 전 BONSOL 스낵 카를 3개월 동안 만들었다. 그 당시만 해도 스낵카로 출시된 트럭이 없어, 일반 트럭을 사 탑차를 개조해, 원하는 트럭을 만들어 가며 나만의 스낵카를 완성해 갔다. 중요한 커피 머신기를 사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새삼 커피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커피 머신기는 구매했다. 그 뒤부터 첫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넘어지고, 깨지고,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나의 기질이 발휘되면서 미지를 탐험하듯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에 힘든 시간도 이겨낼 수 있었다. 커피 내리는 방법을 몰라 이탈리아 커피를 수입해 유통하시는 분에게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을 배우게 되었다. 커피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며 몰랐던 커피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서서히 연한 아메리카노 같은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이후 트럭을 가지고 여의도, 행사장 등 다양한 곳을 이동하며 장사를 했는데 생각처럼 열정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스낵카의 한계를 느끼고 안산 한양대학교 앞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커피 사랑은 짙어지게 되었다. 10평의 테이크아웃 카페는 커피 맛도 좋았고, 상권도 좋아 손님도 많았다. 특히 로스터리 카페로 입소문이 나면서 바쁘면서 기분 좋은 일상을 보냈다. 기쁨도 잠시, 하느님보다 높다는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렸고, 그곳에서 카페를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2013년 경기도 시흥시 물왕 저수지 부근에 Water King 커피 전문점을 오픈 하면서 또 다시 도전이 시작되었다. 제조허가가 나는 곳이라 카페운영과 로스팅에 집중하며, 에스프레소 같은 짙은 커피 맛에 빠져 들게 되었다.

현재 워터킹 서태수 대표는 사) 한국 스페셜티 협회(SCAK)이사, SCAK 로스팅 챔피언쉽 부 심사위원장, 골든 커피 어워드 브루잉파트 심사 팀장, 2012년 월간 커피 주최 카페 경영 수지 공모전 입선하게 되었다. 2012년, 2013년 골든 커피 어워드에서 커피 로스팅 챔피언십 동상 수상을 받게 되면서 커피인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2016년에는 함께 일하는 직원도 골든 커피 어워드에서 동상을 수상해 워터킹의 입지는 더욱 다져졌다.

골든커피어워드(Golden Coffee Award; GCA)는 커피의 질적 성장을 통해 커피산업과 카페 문화의 안정적인 인적, 물적 성장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2012년 처음 선보인 원두커피 종합경연이자 페스티벌이다. GCA챔피언십은 대한민국 국적의 커피인 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원두커피콘테스트는 로스팅하우스의 에스프레소/ 밀크베이스/ 하우스블렌드/ 싱글오리진 /드립백 /더치커피 6개부문에 걸쳐 경연대회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총 80여 명의 심사위원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3차례에 걸친 워크숍과 칼리브레이션을 거쳐 선발하게 된다. 커피를 하는 사람에게는 명예의 전당 같은 대회라 볼 수 있다.

커피가 왜 좋은가?

커피의 다양성 때문이다. 단순하거나 반복적인 것을 싫어해 싫증을 자주 느꼈다. 자신의 이런 기질에 가장 잘 부합되는 것이 커피라는 사실을 하면서 알게 되었고, 이제는 커피에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행복한 커피 늪에 빠져 유영 중이다.

“커피를 한다는 것은 종합 예술과 같다. 오케스트라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화음을 들려줄 수 없다. 맛있는 커피 또한 다르지 않다. 로스팅을 잘하려면 생두를 알아야 하고, 커피 시음을 하고, 산지에서의 환경을 이해하고, 다양한 커피 추출 방식도 가장 완성도 높은 것은 무엇인지 끝임 없이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 로스팅을 하는 매 순간 다른 맛을 내고, 드립 하는 손놀림과 그날 기온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 이 얼마나 매혹적인 즐거움인가? 커피가 가지고 있는 유혹을 다 알고 싶어진다.” 는 서 대표의 커피 사랑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인터뷰하면서 커피는 우리의 인생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보고 듣고 느꼈던모든 것들이 학교 생활에 반영되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인이 되면서 환경에 따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 같은 가정에서 태어나고,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직장을 다니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모두 다르다. 이처럼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사람의 인생처럼 커피도 마찬가지. 산지의 토양, 기후, 로스팅 방법, 드립 방법 등을 거쳐 고유의 맛으로 탄생한다. 단지 누가 더 많이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냐에 따라 수만 가지 커피 맛처럼 우리의 인생도 리듬을 타면 달라지니 말이다. 평생 아메리카노 맛만 볼 것인가? 깊이가 다른 다양한 맛을 보며 살 것인가? 는 개인의 몫인 것 같다.

Water King 원두는 어디서?

스페셜 티 등급 커피를 취급하며, 산지 직거래로 커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중남미는 물량에 따라 개별, 혹은 공동으로 수입한다. 중미, 아프리카 커피는 테라로사에서 공급받아 사용한다. 인터뷰 하면서 테라로사 대표님께 고마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커피 방향을 잡지 못할 때 테라로사 공장에서 학습하기도 하고, 산지의 사실적인 정보와 커피의 품질과 기준도 가르쳐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 말하는 서대표의 얼굴에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났다. 그 풋풋했던 시절,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던 배움의 시간들이.

소상공인으로써의 안타까움이 있다면?

카페 영업이 안정화 되려면 약 5년 이상이 필요하다. 요즘은 2년을 넘기지 못하는 카페가 많아 정말 걱정이다. SNS 활동으로 신규 카페가 자리 잡는 속도는 빨라지지만, 폐업률도 80~90%라고 하는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라 안타깝다. 소비자는 희소성 가치가 떨어지면 또 다른 곳을 찾아 다닌다. 현실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정체되지 않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경쟁력을 키우며 기다리는 자만이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결국 좋은 곳은 소비자도 돌고 돌아 다시 찾게 되니 말이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 곳에서 5년 이상 운영을 하면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 이후에는 자생력이 생겨 즐겁게 카페 운영을 할 수 있다.

대표님의 행복지수는 몇 점인가요?

“처음 시작할 때 자본금이 1,400만 원, 그중 700만 원은 대출이었다. 지금은 더 많이 가졌으니 행복하다. 아마 행복지수는 80점 이상인 것 같다. 간혹 힘들다고 느낄 때는 산지 여행을 가거나,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느리며, 그 안에서 소확행을 찾는 편이다. 때론 현실에 안주해 무료하다고 느낄 때면 스스로에게 체면을 건다. 이미 많은 것을 가졌다고, 추운 겨울 장박을 하는 것처럼 불편함을 체험하며, 느슨해진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도 하고, 같은 뜻을 품은 사람들과 시간을 가지며 힐링을 만들어 간다. 커피를 볶듯이 행복지수도 조율하면 산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아지트를 만들 여유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소확행 마니아 서 대표의 미소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워터킹 카페 이야기?

직원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 맛을 보며, 테스트도 하고, 맛에 관해 이야기도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에 가장 많이 먹는 커피는 아메리카노지만, 케냐 드립 커피를 가장 좋아한다. 카페 메뉴 중 손님들이 좋아하는 커피는 워터킹 ‘숲속의 아이들’ 하우스브랜드 드립 커피다. 최근에는 로스팅 원두가 잘 나가는 편이라 개인 고객도 늘어나고, 납품실적도 계속 상승 중이다. 아내도 카페 일을 함께한다. 직접 만드는 초코브라우니, 호도파이 그리고 서비스로 나오는 수제 초콜릿도 인기가 많다. 커피에 관심이 커진 딸 아이에게 원두커피를 내리는 법을 가르쳐 줄 때, “참 행복하다” 며 세상 없을 미소를 짓는 딸 바보 아빠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워터킹의 계획?

“커피를 해서 명성을 얻기보다는 Water King 슬로건처럼 좋은 커피, 좋은 사람, 좋은 워터킹이 되는 것이다. 현재 물왕 본점과 안산 한양대점을 운영 중이며, 경쟁력 있는 로스팅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향후 10년 이후에는 동남아 쪽에 커피 농장을 하고 싶다. 그곳에서 재배한 커피만 제공하는 차별화된 카페를 운영하는 것과 워터킹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행복지수도 높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서 대표의 말처럼 우리는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며 산다.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성공이라 볼 수 있다. 성공 또한 남이 정하는 것이 아닌 자기 만족이기 때문이다. 커피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신념이 확고한 ‘커피가 맛있는 집’ 워터킹의 카페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그 흔한 카페 사장이 아닌, 카페 사업가인 워터킹에는 이미 좋은 사람들이 머물기 시작했다. 어려웠을 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그분들의 선한 마음처럼 본인도 지식 공유의 일환으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선행을 파도처럼 이어가고 있다. 좋은 사람은 느리게 가더라도 좋은 지점에 도착하게 된다. 그 자리에 있을 만한 안정성 있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서태수 대표의 인생은 커피 맛처럼 더욱 다양해지고 풍부해져 늘 좋은 사람으로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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