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th SRE][Issue]크레딧 시장 양극화…내년에도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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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서 기자I 2025.11.18 15:25:23

[36회 SRE]
크레딧 전문가들 “회사채 양극화 심화할 것”
비우량채 투심 위축 속 ‘옥석’ 가리기 심화
생산적 금융 전환…“채권시장 유동성 유지”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올해 회사채 시장은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신용등급별 ‘양극화’가 뚜렷했다. AA급 이상 우량채는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활발히 발행된 반면, A급 이하 비우량채는 투자심리 위축 속 옥석 가리기가 심화됐다.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러한 양극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되더라도 유동성 공급이 유지되는 만큼, 시장 전반의 소화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36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은 ‘우량 회사채와 비우량 회사채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평균 3.83점(5점 척도·매우 그렇다 5점~전혀 그렇지 않다 1점)으로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222명 중 159명(71.6%)이 ‘그렇다’ 이상으로 답해, 신용등급에 따른 자금 쏠림이 한층 두드러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A급 회사채의 수요예측 미매각 금액은 3240억원으로 지난해(6087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A급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7.88대 1로, AA급(6.88대 1)을 상회했다. A급과 AA급 회사채가 모두 양호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A급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뚜렷하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 인하로 상위등급의 금리 매력이 낮아지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수요가 A급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비우량등급에서는 미매각 사례가 잇따르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 SLL중앙(BBB0)은 지난 9월 1년물 300억원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고, 이랜드월드(BBB0) 역시 2월과 8월 연속으로 미매각을 기록했다. 롯데건설(A0)과 CJ CGV(A-)는 각각 1000억원 규모 발행을 시도했으나 전량 미매각됐다. 다만 두산퓨얼셀(BBB), 한진(BBB+), 케이카캐피탈(BBB) 등 일부 BBB급 종목에서는 예외적으로 수요예측이 성공을 거뒀다.

시장에서는 하이일드펀드 세제 혜택 종료가 비우량등급 투자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일드펀드는 BBB급 이하 채권을 45% 이상 편입하면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2023년 6월 한시 재도입된 뒤 지난해 말 다시 일몰됐다.

향후 BBB급 회사채 발행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BBB급 회사채 발행이 줄어들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평균 3.18점(5점 척도)으로 응답했다.

‘A급 이하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 확대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평균 2.93점(5점 척도·매우 그렇다 5점~전혀 그렇지 않다 1점)으로 다소 중립적인 응답이 나왔다. 직군별로는 크레딧애널리스트(CA)가 3.29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비(非) 크레딧애널리스트(비CA)·매니저·기타 직군은 각각 2.76점을 기록했다.

SRE 자문위원은 “BBB급 기업들의 발행 시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발행 여건 악화보다는 BBB등급 기업 자체의 감소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는 한진, 두산 등 BBB급임에도 자금 조달에 나서는 메이저 플레이어가 있었다”며 “다만 이들이 A급으로 상향되면서 믿고 투자할 만한 BBB급 주요 발행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2026년 생산적 금융 전환… 크레딧 시장 새 변수로

내년 크레딧 시장의 핵심 변수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정책이 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 기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정부가 부동산 중심의 자금 흐름을 기업 신용공급으로 전환하고 있어 채권시장 유동성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부동산 금융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투자로 자금을 유도하기 위해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총 150조원 규모의 기금 중 절반인 75조원은 산업은행이 첨단전략산업기금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국고채 수준의 초저리 대출을 시행해 기업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통해 부동산 자금 흐름을 억제하고 기업으로의 신용공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금융권은 대출·보증지원 등에 대한 자금공급을 늘리며 위험을 일부 떠안는 구조로 전환 중이다. 이 과정에서 초우량 기업에 집중됐던 신용이 비우량 영역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자금 흐름이 차단되면서 채권시장 유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그 수혜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입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에 따라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고, 증권사는 발행어음과 투자일임형 종합관리계좌(IMA) 인가 확대를 통해 모험자본과 위험자산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신용도가 낮은 하위등급 기업까지 신용공급이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초우량 및 우량등급의 스프레드 축소 여력이 제한적인 반면, 하위등급 영역에서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체제로의 전환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만큼, 부동산 자금흐름 차단에 성공할 경우 채권시장 내 유동성 유입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확장 재정을 지향하는 신정부의 정책 추진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생산적 금융 체제 전환 속에서 크레딧 시장에 유동성이 주입될 것으로 본다”며 “유동성이 공급되는 가운데 국고채 금리가 박스권에 머문다면, 가산금리 영역에 속한 크레딧 채권이 상대적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금리 인하 중단기마다 나타났던 신용 스프레드 확대 흐름도 이번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될 전망이다. 이후 하반기부터는 다시 스프레드 확대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2013년과 2016년 금리 인하가 종료되던 시기에도 스프레드는 인하 중단 이전부터 이미 확대 흐름을 보였다. 다만 이번에는 채권시장 내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될 경우 약세 전환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내년 회사채 시장에는 상반기까지 월평균 8조7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공급 부담이 존재하지만, 대규모 수급 주체의 등장으로 수요 측면에서는 강세 흐름이 예상된다”며 “내년 회사채 시장은 차환 물량만으로도 발행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6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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