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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이에 엔화 가치가 뚝 떨어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엔을 돌파했다. 달러·엔이 150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고점을 찍은 이후 석달 만이다. 예상보다 뜨거운 미국 물가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대의 벽을 뚫었다는 분석이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일본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으로 진화에 나섰다. 칸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엔화가 한 달여 동안 10엔 가까이 약세를 보였는데, 이런 급격한 움직임은 경제에 좋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최근 환율 동향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나며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일부는 펀더멘털에 부합하지만, 일부는 명백한 투기적 움직임이 있다”며 “당국은 1년 365일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인 엔화 상승이 이어질 경우 달러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22년 시장 개입에 나선 경험이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이 152엔까지 치솟으며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자 이례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한 바 있다.
케이이치 이구치 리소나 홀딩스 수석 전략가는 “당국이 상당히 강한 어조를 사용했지만 시장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반응을 보인 건 실제 개입만이 환율 움직임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을 때 구두 경고가 나온 것을 고려하면, 달러당 152엔을 넘어 엔저가 심화할 때 실제 개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의 실적 개선을 이끄는 호재가 되지만, 급격한 움직임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정책 당국자들은 경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 가치는 주요 10개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6% 이상 하락한 것을 포함, 지난 2년 동안 23% 넘게 빠졌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비롯한 초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국채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최근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에 엔화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싹트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나카무라 톰 AGF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시장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 속에 엔화 강세를 대비하고 있지만 BOJ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