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현대자동차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DN8)가 8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쏘나타는 2000년대 중반까지 국민차로 꼽히며 국내 자동차 시장을 주름 잡았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2010년 이후부터는 택시 또는 렌터가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자가용 판매에서는 명성을 잃은지 오래다. 여기에 SUV 열풍에 밀려 택시 이외에는 존재감마저 미미했다. 더구나 뉴라이즈 쏘나타의 디자인 혹평으로 판매는 죽을 쒔다. 8세대 쏘나타는 출시와 동시에 합격점을 받았다. 출시 4개월이 지나면서 열기는 훅 꺼지고 있는 게 문제다. 현대차는 8세대 쏘나타 택시 출시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앞으로 판매량을 얼마나 이어 나갈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현대차는 이제 쏘나타가 국민차가 아니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이미지를 추구하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아픈 기억이 남아 있다. 7세대 LF 쏘나타 출시 당시에도 '택시 모델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한 이후 판매량이 주춤하자 곧바로 택시를 출시한 바 있다.
외관은 평범한 중형 세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스포티하다. 관점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스포츠카 분위기가 난다. '3억원 짜리 에스턴마틴을 3천만원 미만에 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현대차의 최신 디자인 언어인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를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새로운 그릴 디자인과 히든라이팅 주간 주행등은 조합이 신선하다. 경우에 따라 메기 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낮과 밤 모두 도로 위 존재감이 상당하다. 특이하게 쏘나타에는 2가지 타입의 LED 헤드램프가 달린다. 기본 쏘나타 모델에서 LED 헤드램프를 선택 할 경우 반사 타입이 적용되지만 인스퍼레이션 모델을 선택하면 프로젝션 타입의 LED 헤드램프가 자리한다. 개인적으로 좌우 각각 4개의 LED 등이 자리 잡는 인스퍼레이션 헤드램프가 완성도가 더 높아 보인다. 보닛이 앞쪽으로 기운 슬랜트 노즈를 사용한 점도 인상적이다. 다만 보닛의 끝 선이 전면 범퍼와 맞닿아 있어 전면을 살짝만 부딪히더라도 보닛 전체를 교환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측면의 캐릭터 라인은 존재감이 상당하다. 날카롭게 접어 내 음각과 양각을 정확하게 표현해 낸다. 패스트백 디자인을 채용한 점도 스포티함을 강조하는데 한 몫 한다. 전체적으로 루프라인이 낮아지면서 2열 탑승구는 승객이 타고 내릴 때 머리가 닿는 불편함이 있다. ‘ㄷ’자 모양으로 자리 잡은 테일램프는 신선한 이미지다.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테일램프 위 에어로 핀과 트렁크 리드도 좋다. 트렁크를 개방할 경우 테일램프 안쪽 끝 부분이 날카롭다. 딱 어린아이 눈높이에 위치해 있어 자칫 사고가 우려된다.
쏘나타는 세대 변경을 거치며 차체 사이즈를 키웠다. 전장 45mm, 휠베이스 35mm를 늘렸다. 쏘나타보다 한 체급 위인 그랜저에 비해 전장은 단 30mm 짧다. 대신 전고는 30mm 낮췄다. 낮고 길게 디자인해 날렵해 보이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풀옵션 3500만원대 쏘나타 실내는 IT기기를 연상시킨다. 큼지막한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전면에 배치했다. 디지털 계기반은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모양새를 달리한다. 움직임이 부드럽고 화려해 시각적 만족도가 높다. 계기반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연동 능력이 뛰어나다. 정보 전달력이 높은 점 또한 매력 포인트다. 센터 디스플레이 하단에 얇게 자리한 송풍구는 전체적인 디자인 콥셉과 조화롭지 못하다. 송풍구를 조작하는 버튼은 마치 오래된 카세트 플레이어와 같다. 레트로한 디자인이 유행이긴 하지만 첨단 IT 장비를 가득 채우고 공조기 조작 버튼을 레트로하게 디자인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열선 스티어링휠 버튼을 쌩뚱맞다. 공조기 버튼 사이에 배치했다. 스티어링휠에 가려 운전석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사용하기도 어색하다.
실내 공간은 나무랄 곳이 없다. 넉넉한 공간과 편의장비는 현대차의 장기다. 8세대 쏘나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승객의 안락함을 위해 고민을 한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특히 도어 암레스트의 면적을 넓게 디자인한 점은 경쟁차와 비교해 차별화한 포인트다. 다만 넓은 면적의 도어 암레스트를 적용하기 위해 실내 공간을 양보했다. 특히 1열 시트 좌우의 폭을 줄여 성인 남성이 시트에 착석하면 어깨 부분이 시트 밖으로 튀어나온다. 게다가 패스트백 디자인을 채용해 2열은 헤드룸 공간이 줄었다. 엉덩이를 시트 뒤에 딱 붙이고 앉으면 키 178cm 기자의 머리가 천장에 닿는다. 휠베이스를 35mm 늘렸지만 천정이 낮아지면서 시트를 앞 쪽으로 닿겼다. 휠베이스를 늘렸지만 오히려 실질적인 무릎 공간이 좁아진 듯하다.
8세대 쏘나타는 내장형 블랙박스로 불리는 빌트인캠이 최초로 적용됐다. 주행 시 충격을 감지해 영상을 녹화한다. 차량의 디스플레이나 운전자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상을 보거나 다운받을 수 있다. 시승차에선 사용 할 수 없었지만 디지털 키 기능도 적용했다. 내가 원하는 운전자를 지정해 스마트폰으로 키를 넘겨 줄 수 있는 기능이다. 이를 이용해 차량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물론 시동도 걸 수 있다. 스마트 키에 적용된 원격 주차 보조 기능도 특이하다. 좁은 주차 구획에 차를 주차하면 운전자가 내리지 못하는 불상사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 운전자가 먼저 하차한 뒤 키를 이용해 주차하는 기능이다. 조향은 되지 않지만 앞 뒤로 움직일 수 있다. 차량 가깝게 위치해야 작동한다. 사실상 쓸 일은 거의 없을 듯한 옵션이다.
8세대 쏘나타는 3세대 플랫폼을 사용했다고 현대차는 주장한다. 강도는 10% 이상 올리고 무게는 55kg 경량화를 거쳤다. 다만 편의장비를 아낌없이 탑재한 덕분인지 이전 모델과 공차중량은 차이가 없다. 플랫폼의 완성도는 코너에서 드러난다. 노면 추종성이 좋은 편에 속한다. 자로 잰 듯한 코너링은 아니지만 수준급의 성능을 보여준다.
팔팔한 하체에 비해 파워트레인은 백년노장이다. 마음은 가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 2.0L 가솔린 엔진은 10년도 넘은 올드한 엔진이다.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0.0kg.m를 발휘한다. 가속을 위해 악셀을 끝까지 밟아도 진중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6단 자동변속기는 기어를 낮춰야 할 때 한 박자씩 느리게 움직인다. 특히 이런 현상은 시속 30~40km 중저속에서 오르막을 올라 갈 때 발생한다. 3000RPM 부근에서 회전수는 멈춰 있고 출력이 떨어지면서 기어 변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화끈한 외모와 달리 달리기 성능은 정말 기대 이하다.
이번 쏘나타에 적용된 2.0L 가솔린 엔진은 폭발적인 가속성능보다 효율에 중점을 맞춘 세팅이다. 이전 쏘나타에 장착된 2.0L 가솔린 엔진에 비해 연료 효율성이 10% 이상 높아졌다. 8세대 쏘나타에 적용된 2.0L 가솔린 엔진은 17인치 타이어 기준 리터당 13.3km의 복합연비를 보여준다. 아쉬움 없는 연료 효율성이다. 문제는 실 주행에서 절대로 이런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구간이 많지 않으면 도심에서 10km를 넘기기도 쉽지 않다. 좀 더 화끈한 달리기 성능을 원한다면 1.6L 가솔린 터보 모델을 기다려 보는 것이 좋겠다.
8세대 쏘나타는 변화의 옷을 입었다. 타겟 소비층을 바꾸고 진부한 세단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다만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는 동력 성능은 실망감을 준다. 쏘나타는 전통적인 패밀리카에 가까운 그랜저와 싼타페, 팰리세이드와 같은 경쟁보단 좀 더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위한 옷을 입은 것으로 판단된다. 가령 아반떼나 준중형 SUV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타겟일 수 있겠다.
최근 2달간 판매를 보면 8세대 쏘나타는 전작에 비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넉달째 벌써 렌트가 이외에는 판매가 처지고 있다. 더구나 연말 그랜저와 기아 K5 등 세단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변혁에 미치지 못한 쏘나타의 변화, 벌써부터 페이스리프트가 기라려지는 이유다.
한 줄 평장점 : 경량화된 3세대 플랫폼과 풍부한 편의장비
단점 : 답답할 정도의 가속 성능, 오르막에서 헛발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