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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김정은이 대미특사 파견을 결정하고 트럼프가 이를 수용한다면 북미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이 논의될 당시 미국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북한은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을 각각 특사로 보낸 바 있다. 특히 폼페이오는 CIA 국장을 지내면서 대북협상의 ‘전권’을 사실상 위임받은 인물이다. 트럼프의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역대 국무장관 중 가장 ‘파워’가 세다는 평가가 많다. 김여정이나 김영철의 이름이 주로 오르내리는 배경이다. 지난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김정은이 그의 동생을 한국에 보냈던 것처럼 미국에 보낼 의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김여정은 북한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김여정을 유력한 대미특사로 봤다.
누가 됐든 대미특사 파견 자체만으로 양측은 시기·장소·의제 등 회담의 얼개에 대부분 합의했다고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폼페이오를 매개로 두 정상은 핵심 의제인 구체적 비핵화 프로세스는 물론 시기와 장소 등을 놓고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공산이 크다. 한 소식통은 “대북특사에 이어 대미특사까지 파견된다면 양측은 북·미 정상회담의 준비가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폼페이오는 지난 12일 국무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 교체를 지지하지 않는다” “(대북 선제공격은 대재앙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등 이례적으로 유화적스탠스를 취한 것도 회담 준비가 진척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이날 회담 불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잘 진행되면 회담은 아마도 6월초, 그보다 좀 전에 열릴 수 있다”며 낙관론에 무게를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두 정상은 장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듯하다. 트럼프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로 5곳 정도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이 될 가능성은 “없다(No)”고 했다. 이는 거꾸로 김정은의 안방인 평양에도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스위스·스웨덴 등 유럽국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남중국해 국가, 몽골 등 제3국이 될 공산이 크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이나 제주도는 한국의 역할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점을 미 당국이 경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