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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총리의 사임 표명은 전일 상원 표결에 부쳐진 드라기 내각에 대한 신임안 투표에서 비롯됐다. 총 의석의 과반이 넘는 192명이 참석했고, 13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안건은 통과됐다. 하지만 드라기 내각을 구성한 주요 정당들이 표결에 대거 불참하면서 사실상 ‘연립정부의 붕괴’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기 총리와 대립각을 세운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자 연립정부 주축인 오성운동(M5S·Movimento 5 Stelle)은 물론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당 동맹(Lega)까지 ‘보이콧’했다.
이에 드라기 총리가 두 번째 사의 표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는 지난 14일에도 오성운동이 내각 신임안과 연계된 상원의 민생지원법안 표결에 불참하자 “그동안 연립 정부를 지지했던 국가적 연대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마타렐라 대통령은 신속하게 이를 반려했으나 이번에는 그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드라기 총리와 오성운동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260억유로(약 34조7000억원) 규모 민생 지원 방안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전날 표결에 앞서 드라기 총리는 상원에 단결을 호소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물가 상승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가 직면한 일련의 문제를 제시하는 연설에 나섰다.
드라기 총리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으로, 지난해 2월 연립정부 붕괴로 사임한 콘테 전 총리의 후임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기 등의 현안에 대응해왔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분간 정치 혼란이 우려되면서 장 초반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가격 하락)해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탈리아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유동성 높은 40개의 우량주로 구성된 이탈리아의 대표 주가 지수인 FTSE MIB는 2% 가까이 하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