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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휴원에…보육교사들 "무급·연차사용 강요당해"

박순엽 기자I 2020.03.17 16:38:54

보육교사 단체, 17일 실태고발 기자회견 개최
"연차 강제사용 26.7%, 무급 14.4% 응답"
“연차 강요·임금 삭감은 불법”…민원제기 계획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충북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A씨는 지난 12일 원장으로부터 휴원·긴급보육 기간 중 연차 3일을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A씨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들도 돌아가면서 연차를 소진하라는 원장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불만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이 연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원장이 “이번에 연차를 쓰지 않으면 올해 남은 연차 중 3일을 못 쓰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탓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대응기간 보육교사 무급ㆍ연차사용 강요 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차 강제사용 26.7%…보육교사 “복지부 지침과 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국 어린이집에 휴원·긴급보육 실시 명령이 내려지자 일부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들에게 강제로 연차를 사용하게 하고, 보육교사들의 임금도 부당하게 삭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육교사들은 이러한 조치가 코로나19 관련 휴원·긴급보육 방안을 일선 어린이집에 안내한 보건복지부 지침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어린이집 휴원·긴급보육 기간이던 지난 8~10일 보육교사 781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 지침상 보육교사의 ‘정상 출근’이 원칙이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 곳이 33.7%(263명)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육교사들이 제대로 출근을 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급여를 전혀 주지 않은 어린이집은 14.4%(38명)에 달했다. 오승은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부장은 “보건복지부는 운영 상황에 따라 원장이 업무·근무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으나 (보육교사들이) 출근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선 개인 연차가 아닌 별도의 유급휴가를 부여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출근하지 않은 기간 원장 강요에 따라 연차를 사용했다고 응답한 보육교사도 70명(26.6%)이나 됐다. 보육지부 측은 “(보육교사들에게) 당번제로 출근하게 하면서 비번 날짜를 연차 사용일로 지정·통보하는 일부터 연차대장 등에 개인사유 기재를 강제하거나 연차대체합의서를 만들어 서명을 강요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선희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부지부장(오른쪽)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휴원 및 긴급보육 관련 보건복지부 지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차 사용 강요·임금 삭감은 불법”…민원 제기할 것

보육지부는 보육교사에 대한 유급휴가 부여 등의 방안이 담긴 보건복지부 지침을 원장만 확인할 수 있어 보육교사들이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이들은 한 원장단체가 휴원·긴급보육 기간 보육교사의 임금을 줄이는 탈법적 수법들을 공유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일부 어린이집들에서 등장한 보육교사들에 대한 연차 사용 강요, 임금 삭감 등의 조치는 모두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상 연차 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한다”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할 땐 근로자는 고용노동지청에 진정 제출,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미영 보육지부장은 “보건복지부는 영유아가 등원하지 않아도 보육료·인건비 등을 정상 지원하기로 했다”며 “일부 원장들은 공문 내용을 보육교사들에게 숨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함 지부장은 정부에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한편, 보육교사들에겐 무급휴직·개인 연차 사용 동의서에 서명을 거부해달라고 요구했다. 보육지부는 집단 민원 제기도 계획 중이다.

한편 이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2주 더 연장되면서 지난달 27일 시작된 어린이집 휴원 기간도 함께 연장됐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은 영유아가 밀집해 생활하는 공간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쉽게 전파될 가능성이 크고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할 위험이 있다”며 “오는 22일까지 예고됐던 어린이집 휴원 기간을 4월 5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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