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태영호 "北, 이희호 여사 조문단 안보낸건 대남라인 노출 우려 때문"

김관용 기자I 2019.06.13 17:34:14

태영호 前 영국 북한공사, 성우회 안보강연
"핵 보유한 北과 불편한 공존 오래 갈 것"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3일 북한이 고(故) 이희호 여사의 조문단을 남측에 파견하지 않은 이유는 대남 라인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성우회 조찬 안보강연회에서 “북한이 고 이희호 여사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김여정을 판문점까지만 보낸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대남 라인이 파악될 것을 우려해 그들이 패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6명의 조문단을 파견했었다.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북한은 외국 조문사절을 거절하면서도 이희호 여사 만큼은 이례적으로 허용했다. 이에 방북한 이 여사는 상주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애도를 표한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번 이 여사 장례에 조문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판문점에서 조의문과 조화만 전달했다.

당초 태 전 공사는 북한이 이희호 여사 장례식에 조문을 올 것으로 예측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연사로 참석해 “이 여사는 90세의 노구를 이끌고도 김정일 위원장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직접 평양을 방문했던 분인데,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전과 조화만 보내고 조문객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북한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 것일까 궁금하다”고 했다.

13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성우회 조찬 안보강연회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성우회]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 외교 실무자들에 대한 혁명화조치(강제노역, 사상교육 등 처벌)가 이뤄졌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다시 등장한데 이어 김여정 부부장 역시 다시 모습을 드러낸바 있다. 그러나 대남 라인 교체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북측이 이들 인사를 공개하지 않으려 조문단 파견을 하지 않았다는게 태 전 공사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태 전 공사는 “핵 위협이 고조되면 대북제재도 강화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제재가 사실상 멈춘 상태”라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140여건의 추가 대북 제재안을 갖고 있지만 3차 미북회담을 위해 제재를 중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측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매우 장기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태 전 공사는 “지난 12일 북한의 노동신문에서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핵무기로 한반도 내 전쟁 억지력을 확보했다는 것과 북한을 강대국 대열에 진입시켰다는 두 가지를 김정은의 업적으로 내세웠다”며 “북한은 앞으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핵 포기에 대한 의지가 없는 만큼 핵을 보유한 북한과의 불편한 공존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