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지주사 체제 포기한 현대차그룹, 신용도 방향성은

이명철 기자I 2018.03.29 16:20:30

모비스 지배회사 체제로 개편…오너 지분 확보가 관건
글로비스, 사업·재무안정성 강화…제철도 1조 현금 유입
금융계열사 분리 가능성 낮아져…7월 계열사 주가 주목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 이전(왼쪽)과 이후.(이미지=한국기업평가)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그룹 신용도 방향성을 아직 가늠할 수는 없지만 사업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노력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지주회사 체제를 포기하면서 계열사의 자금 소요와 금융 계열사 정리 이슈는 일단락된 가운데 일부 기업 신용도 상승 압력도 나타날 전망이다.

◇지주사 포기…계열사 자금 소요 발생 가능성↓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012330)(이하 모비스)에서 모듈·AS부품사업 부문을 신설해 현대글로비스(086280)(이하 글로비스)에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후 대주주가 계열사들이 가진 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모비스-현대차-기아차’ 구조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다는 계획이다.

이전까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모비스 투자·사업부문을 분리해 투자부문을 합병, 지주회사 체제로 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이와 관련해 최중기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금융계열사 처리 방안도 부담이 생기는데다 인수합병(M&A)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지주회사 체제는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이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개별 회사별로는 지주회사 요건 달성을 위한 대규모 자금 소요 발생 가능성도 줄었다”고 평가했다.

지주회사가 그룹 전체를 점유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오너인 정몽구 회장 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모비스 지분 30% 가량만 보유하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작용했던 것으로 신평업계는 판단했다.

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 후 예상 손익.
◇글로비스 상향 압력…금융계열사 ‘안도’

크레딧업계는 현대차그룹 전반의 신용도 방향성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하고 있다. 향후 대주주의 지분 매입이나 계열사간 지분 교환 등 여러 변수가 남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감안할 때 개별 회사별로 모니터링 요소가 부각되고 있다.

글로비스(AA·안정적)의 경우 향후 사업·재무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모비스의 알짜 사업부문을 흡수함으로써 기존 물류·해운·유통사업과 함께 완성차 공급망관리(SCM)를 통합 운영하게 되고 모빌리티 등 미래 자동차 서비스 사업도 진출할 전망이다.

서강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합병 이후 매출은 기존 16조원에서 30조원 규모로 확대되고 사업 확장에 장애 요인이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관련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다”며 “재무역량과 수익성 강화로 그룹 내 사업적 역할과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기평은 이 같은 전망을 반영해 글로비스의 기업신용등급(ICR)을 긍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한편에서는 현재 신용등급이 이미 그룹 내에서는 높은 수준에 있는 만큼 추가 상향 조정이 필요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어 합병 이후에야 정확한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004020)(AA·안정적)은 모비스 보유 지분(5.66%)의 현금화를 통한 유동성 제고가 긍정적이다. 전날 회사는 보유주식 전부를 정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에게 양도키로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현대제철은 1조원 가량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배제하면서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도 한숨 돌리게 됐다.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때문에 롯데그룹 등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한 다른 그룹들은 금융 계열사 처분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의 경우 그동안 계열사의 우수한 지원 능력이 신용도에 반영됐던 만큼 현재 체제에서 안정적 신용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영향 미미…사업 개선이 관건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따른 사업·재무측면 변화가 크지 않아 신용도 차원에서도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이고 이번 개편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만큼 앞으로도 분할·합병 등 크레딧 이슈는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과 별개로 본원 사업경쟁력은 여전히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최 실장은 “지금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첫 단추를 꿰는 단계로 일단 5월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분할합병이 마무리되는 7월부터 재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모비스와 글로비스 주가 변동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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