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국내 증시에서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신용융자 잔고가 증시 낙폭을 확대하는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 여파로 국내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개인투자자(개미)는 유가증권(코스피)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물타기에 나섰다. 이미 증권사가 제공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 빚내서 투자하는 개미가 많은 상황이라 이들이 추가로 매수하면서 ‘반대 매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 사상최대 규모 신용융자 잔고…“더이상 빚낼 수도 없는데”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1조 4193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1.6%(1조 5584억원) 증가했다. 시장별 신용융자 규모는 유가증권시장이 4조 9035억원, 코스닥 시장이 6조5158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개인이 주로 거래하는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신용융자 한도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코스닥 지수도 900선을 회복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특히 코스닥 시장 상승을 주도한 대형 바이오주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면서 개인은 바이오 주가 조정 양상을 보일 때마다 추가 매수에 나섰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상승 기대는 계좌 수 증가 양상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올 1월 하루 평균 1만개 주식계좌가 늘었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빠르게 반등했던 지난 2009년 주식계좌가 늘어난 속도와 비슷하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2508만개에 달한다.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도 개인의 투자를 부추겼다.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 KRX300에 코스닥 시장내 주요 바이오 상장사가 포함되면서 바이오 업종 기대심리는 최고조에 달했다. 게다가 코스닥 소형주에 투자하는 코스닥스케일업 펀드 조성 기대는 코스닥 시장 내에서도 중·소형주로 분류하는 시가총액 1000억원 내외 상장사로까지 관심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 글로벌 증시 하락에 코스닥 몸살…추가 하락 땐 반대매매 우려도
하지만 지난주부터 전 세계 주요 증시가 시장금리 급등 여파로 조정 양상을 보이면서 신용융자 잔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날 코스닥 시장 내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다수가 급락하면서 일부 계좌에 대해선 반대매매 마지노선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대매매는신용융자로 주식을 매입한 뒤 약정 기간 안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강제로 주식을 일괄 매도 처분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달 들어 개인이 집중 순매수한 상위 5개 종목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바이로메드·SKC코오롱PI·배럴 등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바이로메드는 개인 순매수 평균 가격 대비 주가가 11% 이상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달 30일부터 매수 동향을 보면 바이로메드 평균 매수 가격은 더욱 높아진다. 평균 손실률은 15%를 넘어 선다.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 투자로 개인은 10% 안팎의 손실을 보고 있다. 조정 흐름이 며칠 더 이어진다면 일부 개인은 빚내서 투자한 주식을 청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날 코스닥 시장 급락은 개인 투자자에게 패닉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지난 주말 뉴욕증시 급락으로 어느정도 하락은 예상했지만 850선까지 밀릴 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등을 기대하며 개인이 코스닥 시장에서 2500억원 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다”며 “예상했던 반등이 나오지 않는다면 투매와 반대매매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