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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한걸음, 변화하는 중국의 태도
한중 관계의 해빙 모드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27일 열리는 주중 한국 대사관의 ‘2017년 대한민국 개천절 및 국군의 날 기념식’. 이 행사에는 우리 차관보급인 천샤오둥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한다. 지난해엔 사드 배치 문제로 이 행사에 중국 측 주빈이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행사에는 천 부장조리를 포함해 정치·경제·문화·학술·군사 등의 중국 측 각계 인사가 참석할 예정이라 주목받고 있다.
최근 외교가에선 당 대회가 폐막하며 시진핑 집권 2기가 본격 출범한 만큼 사드 갈등으로 인한 한중관계의 경색 국면 역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8일 당 대회 업무 보고 당시 ‘신형 국제 관계’ 추구라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덩샤오핑 시절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외교정책을 추구했지만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유소작위(有所作爲·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뤄낸다) 정책을 모색했다.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세에서 ‘세계 리더 국가’가 되겠다는 게 시 주석이 제안한 신형 관계의 내용이다.
게다가 중국은 정치적 이벤트가 열린 후 정책적인 변화를 준 경우가 많다.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를 놓고 중국은 일본에 대한 관광 제한 조치를 내리고 중국민들은 일본 브랜드를 불매운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18차 당 대회 이후엔 중·일 관계가 개선됐고 중국 정부 역시 사회 안전 강화를 이유로 중국 국민의 불매운동을 저지시킨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미뤄볼 때 경색된 한·중 관계 역시 차츰 풀릴 것이라고 베이징 외교통들이 입을 모은다. 결렬될 줄 알았던 한중 통화스와프가 이달 중순 극적으로 연장된 점 역시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높다. 노영민 주중대사는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열린 국감에서 “올해 안에 한국과 중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역시 19일에 열린 중국 대사관 행사에서 한중정상회담이 ‘90%까지 왔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오는 12월 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이 답방 형식으로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방한하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분야 커지는 기대감
경제 영역에서도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랩은 이번 주 초 롯데호텔에 관광 여행 상품 구성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롯데호텔은 씨트립의 연락을 받고 실무진과 협의를 하고 있다. 또 중국 허베이성의 한 중소 여행사는 지난 24일부터 한국 관광객 모집 광고를 인터넷에 띄우기도 했다. 단체 비자 제한이 공식적으로 풀린 것은 아니지만 반한감정이 고조됐던 올해 초와 달리 개인 관광 상품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는 계 업계의 목소리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올 여름까지 사드 배치를 이유로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해왔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을 실시하며 벌금을 물리거나 영업조치 처분을 내렸다. 또 환구시보나 글로벌타임스 등 관영언론은 반한감정을 고조시키는 사설을 내기도 했다.
그 결과 사드 부지인 성주골프장을 제공한 롯데그룹은 롯데마트 철수 결정을 내리기 이르렀고 현대차 역시 매출이 반토막나기에 이르렀다. 또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에 한국은 희망 여행지 20위 밖으로 추락했다. 사드문제가 터지기 직전인 2016년 10월 한국은 중국인의 희망여행지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당 대회가 끝나며 이 같은 사드 갈등도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 여행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상반기보다는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며 “당 대회가 끝나고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 한중관계가 사드 이전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높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도 “지금이 한중 갈등을 풀기 더할 나위 없는 시기라는 걸 한국도, 중국도 모두 알고 있다”며 “양국 모두 이대로 갈 수 없다는 걸 인식한 만큼 갈등은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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