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해빙 기류? …'희망 고문'속 커지는 기대감

김인경 기자I 2017.10.26 17:33:03

中 '신형국제관계' 화두 던져..정책 변화 가능성 고조
27일 대사관 행사에 차관급 주빈 참여·한국 여행상품 타진
"양국 모두 지금이 관계개선 적기라고 인식..기대할 만"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시진핑 2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꽁꽁얼어 붙은 한중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시 주석은 강해진 위상 속에 적극적인 외교를 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악화한 한중 관계 역시 해빙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주중 한국대사관이 주재하는 행사에 중국 고위층이 참석하기로 했고 민간 영역인 관광 업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걸음 한걸음, 변화하는 중국의 태도

한중 관계의 해빙 모드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27일 열리는 주중 한국 대사관의 ‘2017년 대한민국 개천절 및 국군의 날 기념식’. 이 행사에는 우리 차관보급인 천샤오둥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한다. 지난해엔 사드 배치 문제로 이 행사에 중국 측 주빈이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행사에는 천 부장조리를 포함해 정치·경제·문화·학술·군사 등의 중국 측 각계 인사가 참석할 예정이라 주목받고 있다.

최근 외교가에선 당 대회가 폐막하며 시진핑 집권 2기가 본격 출범한 만큼 사드 갈등으로 인한 한중관계의 경색 국면 역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8일 당 대회 업무 보고 당시 ‘신형 국제 관계’ 추구라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덩샤오핑 시절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외교정책을 추구했지만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유소작위(有所作爲·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뤄낸다) 정책을 모색했다.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세에서 ‘세계 리더 국가’가 되겠다는 게 시 주석이 제안한 신형 관계의 내용이다.

게다가 중국은 정치적 이벤트가 열린 후 정책적인 변화를 준 경우가 많다.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를 놓고 중국은 일본에 대한 관광 제한 조치를 내리고 중국민들은 일본 브랜드를 불매운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18차 당 대회 이후엔 중·일 관계가 개선됐고 중국 정부 역시 사회 안전 강화를 이유로 중국 국민의 불매운동을 저지시킨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미뤄볼 때 경색된 한·중 관계 역시 차츰 풀릴 것이라고 베이징 외교통들이 입을 모은다. 결렬될 줄 알았던 한중 통화스와프가 이달 중순 극적으로 연장된 점 역시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높다. 노영민 주중대사는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열린 국감에서 “올해 안에 한국과 중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역시 19일에 열린 중국 대사관 행사에서 한중정상회담이 ‘90%까지 왔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오는 12월 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이 답방 형식으로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방한하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분야 커지는 기대감

경제 영역에서도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랩은 이번 주 초 롯데호텔에 관광 여행 상품 구성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롯데호텔은 씨트립의 연락을 받고 실무진과 협의를 하고 있다. 또 중국 허베이성의 한 중소 여행사는 지난 24일부터 한국 관광객 모집 광고를 인터넷에 띄우기도 했다. 단체 비자 제한이 공식적으로 풀린 것은 아니지만 반한감정이 고조됐던 올해 초와 달리 개인 관광 상품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는 계 업계의 목소리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올 여름까지 사드 배치를 이유로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해왔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을 실시하며 벌금을 물리거나 영업조치 처분을 내렸다. 또 환구시보나 글로벌타임스 등 관영언론은 반한감정을 고조시키는 사설을 내기도 했다.

그 결과 사드 부지인 성주골프장을 제공한 롯데그룹은 롯데마트 철수 결정을 내리기 이르렀고 현대차 역시 매출이 반토막나기에 이르렀다. 또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에 한국은 희망 여행지 20위 밖으로 추락했다. 사드문제가 터지기 직전인 2016년 10월 한국은 중국인의 희망여행지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당 대회가 끝나며 이 같은 사드 갈등도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 여행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상반기보다는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며 “당 대회가 끝나고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 한중관계가 사드 이전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높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도 “지금이 한중 갈등을 풀기 더할 나위 없는 시기라는 걸 한국도, 중국도 모두 알고 있다”며 “양국 모두 이대로 갈 수 없다는 걸 인식한 만큼 갈등은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 기대했다.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는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사진은 9월 중국 베이징 롯데마트의 모습[사진=김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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