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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업운영비를 제외하고,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위험보험료)는 7조7709억원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된 보험금이 더 많아지게 돼 실손보험에서만 2조3608억원의 적자를 보게 됐다. 이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2019년(2조4317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위험보험료 대비 발생손해액의 비율인 손해율은 130.5%로 2019년에 이어 여전히 130%를 넘겼다. 보험료 100원을 받고 130원의 보험료를 내줬다는 의미다. 손해율은 계속 100% 이상을 넘겨왔으며 2018년(121.8%)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누적된 실손보험 적자는 7조3462억원이다. 이 기조가 지속되면 내년엔 10조원에 가까운 누적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 누계 손해율은 128.1%다.
지난해 병원이용이 줄었음에도 실손보험이 적자가 난 것은 일부 의료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백내장, 피부관련 질환 관련 보험금은 각각 51.4%, 26.8%가 늘었다.
그 중 백내장의 경우 2017년 881억원 정도 나가던 보험금이 2020년에 4101억원으로 불어나며 3년만에 무려 365.4%가 증가했다. 전년에 비해서도 51.4%가 늘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물체가 겹쳐 보이는 질환이다. 노인성 안과질환으로 60대 이상이 수슬을 받지만 최근 40~50대들의 수술이 늘어나고 있다. 백내장의 경우 현재 실손보험으로 검사 및 수술비 청구가 가능하다보니, 일부 병원에서 노안 및 시력교정술 등으로 홍보를 하면서 대대적으로 권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피부질환 보험금은 전년 대비 26.8%가 늘어난 1287억원이 지급됐다. 일부 병원에서 과도한 레이저시술 등을 시행하고, 일부 피부과 전용 크림 등을 대거 처방해 주는 등 보험금 지급이 급증한 탓이다. 또한 소화ㆍ내분비계도 전년 대비 9%가 늘었는데, 이는 과한 영양주사 처방 등이 원인이 됐다.
물론 보험금 지급액 중 41%를 차지하는 근골격계질환도 전년대비 8.3%, 3년 만에 50.5% 증가해 2조9902억원이 지급됐다. 근골격계질환은 도수치료 등이 포함된다.
보험업계는 이같은 실손보험 손해를 이기지 못하고, 올해 보험료 인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2009년 이전에 판매된 구형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료가 20%가량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 병원이용이 8% 정도가 줄었다고 하는데, 실손보험금 지급은 더욱 늘었다”며 “이는 암이나 골절 등 사고나 질병과 관련한 게 늘은 게 아니라 일부 병원의 과잉 진료 혹은 나이롱 환자에 의한 지급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