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실업대란' 시작하나…"연말까지 3천명 감축 전망"

강경록 기자I 2020.11.16 16:34:23

여행업계, 코로나19 사태로 올초부터 매출 제로
하나투어 12월부터 내년3월까지 무급휴직 연장
모두투어 내년 3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 끊겨
롯데관광개발도 내년 2월까지
여행업계 “ 여행사 줄줄이 무너질 것"

하나투어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여행업계 내부에서는 정부의 특별고용유지지원금이 사실상 끊기는 12월부터는 대규모 인력감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감축규모가 올 연말까지 30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전망이다. 이는 여행업 종사자 약 9만 9000여명(2018년도 기준)중 0.3%에 해당하는 규모다.

16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부터 정부가 여행업계에 지원해 온 특별고용유지지원금 중단 소식에 일부 여행사들이 속속 무급휴직 기간 연장 등의 조처를 하는 등 비용 축소에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여행사들은 ‘매출 제로(0)’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여기에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계속 발생하고 있어 매달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12월부터 전 직원 무급휴직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전 직원에게 13일 통보했다. 그동안 정부의 특별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티던 하나투어 무급휴직자들은 12월부터 급여를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나투어의 이같은 결정은 올해 들어 9월까지 영업손실이 1000억원이 넘는 등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이에 하나투어는 경영 손실을 메우려 지난 3~5월까지 유급휴직을 실시했고, 지난 6월부터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에게는 무급휴직을 하도록 했다. 이같은 결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직원들은 기본급의 50%를 급여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한푼도 급여를 받을 수 없어 완전 무급휴직을 하게 되는 셈이다. 하나투어의 이같은 조치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정리해고 전 단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가급적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기 위해 무급휴직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여행사들도 11~12월 중으로 대규모 감원 칼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창사 이래 한번도 인원감축이 없었다는 모두투어에서조차 “회사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토로가 나올 정도다. 모두투어는 현재 지난 8월부터 직원 1100명 중 90% 이상이 무급휴직 중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2월 고용유지지원금은 끊길 예정이다.

다른 여행사들도 비슷한 처지다. 롯데관광개발은 9월부터 6개월 무급휴직을 하는 만큼 내년 3월부터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내년 2~3월부터는 모두투어와 롯데관광개발도 하나투어처럼 무급휴직을 연장하거나,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부 여행사들은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등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자유투어는 올 상반기 전 직원 130명 중 100명을 희망퇴직 처리했다. NHN 여행박사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알렸다. 이후에는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여행사 대표는 “그동안 하나투어나 모두투어는 어떠한 역경이 있어도 직원들과 같이 가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그 믿음이 깨졌다”면서 “앞으로 하나투어뿐 아니라 다른 여행사들도 줄줄이 무너질 것이 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여행사 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앞으로 여행사는 물론 소규모 대리점과 현지 랜드사들도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여행업계의 실업대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면서 “아마도 올 연말까지 최소 3000명 이상이 여행업계를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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