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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향방을 놓고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증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한때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을 가입했던 애플은 불과 3개월 만에 고점 대비 30%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6700억달러로 급감했다.
실업률·고용률 등 실물경제의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견조하지만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 더 좋아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소시에떼제네랄의 코코우 아보-블로아는 “중앙은행의 유동성은 크게 줄어들었고 중국경제는 침체하고 있으며 미국정부는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경기부양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5년간 위험자산을 지탱했던 호재는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봤다.
실제 미국 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11일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안에 미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률은 25%로 한 달 만에 약 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지난 6개월 사이 가장 높은 응답률이다.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2.5%로 지난해 2.9%보다 둔화했다.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자체 모형을 통해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점쳤다.
시장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그동안 미국 경제의 성장과 혁신을 지탱하고 끌어왔던 기업들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데이터 조사업체 팩트셋은 주요 500대 기업의 주당 이익이 전분기 대비 7%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주당 이익이 22%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세다. 골드만삭스 역시 올해 미국 기업 성장률이 3%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수익 증가 효과(약 10%)가 줄어들고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인건비·운송비·재료비 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는 14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주요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15일에는 델타항공,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가 16일에는 알코아, 뱅크오브아메리카, 블랙록, 뱅크오브뉴욕멜론그룹, 골드만삭스, 킨더모건이, 17일에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넷플릭스, 모건스탠리 등이 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발표된 실적에 따라 이같은 우려가 기우일지, 근거있는 선견지명일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보스톤에 본사를 둔 GW&K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애런 클락 매니저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에 비해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이같은 비관론이 실물 경제에 전염되면서 예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