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등 과거 액면분할 종목은
본격적으로 초고가주 액면분할의 신호탄을 쏜 것은 아모레퍼시픽(090430)과 아모레G(002790)다. 지난 2015년 3월 한국거래소가 주식 거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유도했고, 아모레퍼시픽이 여기에 가장 먼저 동참했다. 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주식분할을 결정한 것이다. 액면분할 결정 전 마지막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388만4000원이었다. 이후 액면분할을 하면서 38만원대로 몸값을 낮췄다.
롯데제과(280360) 역시 액면분할로 몸값을 낮춘 대표적 주식 중 하나다. 지난 2016년 3월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249만8000이던 주가가 26만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롯데제과는 액면분할 전 유통주식수가 142만1400주에 불과했고, 몸값도 높아 거래량이 활발하지 않은 주식 중 하나였다. 당시 일 평균 거래량도 약 1000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액면분할 이후 일평균 거래량은 십만주 단위까지 급증했다. 이밖에 오리온홀딩스(001800)(액면분할 직전 주당 79만8000원), 크라운해태홀딩스(005740)(49만5000원)와 미원홀딩스(107590)(66만8000원) 등도 액면분할을 단행한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다른 황제株도 액면분할 나설까
삼성전자가 지닌 대표성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이번 깜짝 액면분할을 계기로 다른 황제주들 역시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기준 삼성전자 제외 단순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종목은 롯데칠성(005300)(151만6000원) 태광산업(003240)(137만9000원) LG생활건강(051900)(117만7000원) 영풍(000670)(106만원) 등 총 4개다. 단순 주가가 높을 경우 가장 큰 문제로 지적 받는 것은 낮은 접근성이다. 몇 주만 사도 수백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보니 기업 가치가 좋아도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쉽게 살 수 없는 ‘귀한 몸’이 되고 만다.
특히 롯데칠성은 액면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높은 음식료 업종은 최근 몇년새 줄줄이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다운사이징’이 추세가 됐다. 계열사 중에서도 이미 2016년 200만원이 넘던 롯데제과(280360)가 10대 1의 액면분할을 결정한 바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체제에 들어 주주친화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 편이고 액면분할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항상 있다”며 “당장 액면분할 시기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중장기로 볼 때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태광산업이나 LG생활건강, 영풍 역시 주주들의 액면분할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타격을 받은 바 있고 영풍은 상승장에도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액면분할 같은 ‘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롯데칠성을 비롯해 이들 4개 종목은 액면가도 5000원이어서 10대 1 방식으로 분할해도 큰 부담이 없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액면분할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의 요구는 더 커질 것”이라며 “애플은 4차례나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접근성을 높였고 과거 미국에서는 액면분할을 실시한 종목의 향후 3년간 상승폭이 시장 평균을 10% 이상 웃돌았다는 통계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