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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5개월來 최대폭 급락…코스피 1% 넘게 빠져

김정남 기자I 2017.09.04 17:02:18

北 핵실험 이튿날, 국내 금융시장 '출렁출렁'
외국인 이례적 매수세…"시장은 경계감 지속"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영향으로 코스피가 28.04포인트 하락한 2329.65로 장을 마감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김형욱 김정현 기자] 북한의 핵실험에 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최대 폭 급등하고(원화가치 급락), 코스피는 1% 넘게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이례적인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시장 경계감은 만연해 있다.

◇원화 낙폭 5개월 만에 최대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1122.8원) 대비 10.2원 상승한 11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가 10.2원 급등한 것은 지난 4월14일 10.3원 오른 이래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22일(1133.8원) 이후 가장 높이 치솟았다. 이날 장중 환율 최고가는 1133.8원이었는데, 이 역시 지난달 22일(1138.9원) 이후 최고치다.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3시께에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한다는 속보가 뜨면서 상승 폭이 더 커졌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장 막판 환율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이면서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1%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8.04포인트(1.19%) 내린 2329.6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2310선에서 하락 출발했다가 기관 매수세에 힙입어 2340선까지 회복했으나,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약화되면서 마감을 앞두고 낙폭이 확대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가 누적된 만큼 단기간에 봉합되기보다는 당분간 위기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오는 9일 북한 건국절까지 금융시장에 불확실성 변수로 자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채권 가격도 하락했다(채권금리 상승).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bp(1bp=0.01%포인트) 상승한 1.782%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도 3.4bp 상승한 2.305%를 나타냈다.

국채선물시장도 장중 내내 약세였다.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10틱 내린 109.19에 마감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33틱 하락한 123.87을 나타냈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내리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약세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 자산을 사들였고, 자산 가치의 하락 폭이 예상보다는 작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국인은 이날 국내 주식을 67억원어치 매수했다. 3년 국채선물도 6755계약 사들였다.

하지만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없어서 외국인이 매도세를 보이지 않은 것”이라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의 예측이 어려운 만큼) 경계감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나라 일본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닛케이225지수는 북한의 핵실험 악재에 전거래일보다 0.93%(183.22) 내린 1만9508.25에 거래를 마쳤다. 토픽스지수도 1603.55로 0.99%(16.04) 내렸다.



◇정부 우려 “실물경제 악영향”

정책당국도 이날 내내 분주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이례적으로 장관급 경제수장들이 모여 북한 리스크를 논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북한 문제가 전세계 이슈로 확대되고 있고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외환시장 단계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있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실물경제의 악영향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북한 리스크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한은 간부들도 이날 오전 윤면식 부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도발”이라면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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