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 공동연구팀(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 및 영상의학과 선우준 교수, 제이엘케이(JLK) 류위선 전무(CMO))이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 뇌 CT(비조영 CT)만으로 급성 뇌졸중 환자의 대혈관 폐색(LVO)을 정확히 찾아내는 AI 기술의 다국적 검증에 성공했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질환으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신속히 시행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과 예후에 직결된다. 이를 위해 보통 조영제를 투여하는 CT 혈관조영술이 필수적이지만, 응급실 환경이나 병원 시스템에 따라 검사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본 검사인 비조영 CT만으로 대혈관 폐색을 빠르게 판별해 내는 기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연구팀은 제이엘케이의 비조영 CT 기반 대혈관 폐색 검출 AI 알고리즘의 진단 성능과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한국 환자 723명과 미국 환자 240명 등 총 963명의 다국적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AI의 대혈관 폐색 진단 성능을 나타내는 곡선하면적(Area Under the Curve, AUC)은 한국 환자군에서 0.963, 미국 환자군에서 0.899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국가의 환자와 다양한 CT 촬영 장비로 구성된 데이터에서도 높은 진단 성능을 유지하며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문의와 전공의 등 의료진 8명이 참여한 교차 판독 연구에서도 AI의 보조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의료진이 AI의 도움 없이 비조영 CT를 판독했을 때 진단 정확도는 AUC 0.718이었으나, AI의 도움을 받아 판독한 경우 0.852로 향상됐다. 대혈관 폐색 환자를 정확히 찾아내는 민감도는 46.6%에서 63.7%로 높아졌으며, 대혈관 폐색이 없는 환자를 구분하는 특이도 역시 91.9%에서 94.9%로 개선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의료진이 비조영 CT 약 18건을 판독할 때마다 기존 판독만으로는 놓칠 수 있었던 대혈관 폐색 환자 1명을 AI의 도움으로 추가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AI의 판단을 의료진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자동화 편향’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AI가 응급 뇌졸중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의 판단을 보완하는 안전망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 현장에서 접근성이 가장 높은 비조영 CT만으로도 중증 뇌졸중 환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임상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는 “AI가 인간의 판단을 헷갈리게 하는 ‘자동화 편향’ 현상 없이, 오히려 의료진의 판단 오류를 훌륭하게 보완하는 안전망(Safety net)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한 의미 있는 연구”라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선우준 교수는 “AI의 보조를 통해 비숙련 의료진이나 전공의들도 숙련된 전문의 수준의 진단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어, 지역 병원이나 야간 응급상황에서의 의료 질을 크게 상향 평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신경영상 및 신경외과 분야 상위 10%(Q1)에 해당하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JNIS (Journal of NeuroInterventional Surgery)’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