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북한이 제시한 동창리 및 풍계리에 대한 사찰 카드와 비핵화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기 문제는 핵무기와 핵탄두를 포함한 실질적 비핵화가 아닌 현재핵 폐기조치다. 북한이 이미 핵을 가졌다면 큰 의미가 없는 협상 카드라는 얘기다.
|
미국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과 관련한 성명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미국 사찰단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 실험장은 지난 5월 북한이 외신기자들 참관 아래 폭파한 곳이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전문가와 기자를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전문가를 빼고 기자만 초청한 상태로 폭파 행사를 가졌다. 이 때문에 핵시설 불능화를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미 사찰단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를 확인한다고 해도 북한에게는 이를 포기하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지난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까지 총 6번의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미 방사능에 오염돼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갱도가 남아 있었다”고 했지만, 북한 입장에선 협상용으로 내놓기에 이만큼 상징적으로 좋은 대상도 없다.
|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창리 미사일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북한은 이제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도 할 수 없게 되고 또 미사일을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식의 일도 할 수 없게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시설 역시 더 이상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상의 반대급부로서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이미 화성-12형과 14형 및 15형의 엔진을 이미 개발했다. 동창리 발사장에서 추가적인 액체연료 엔진의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미다. 게다가 북한이 ‘북극성’ 계열의 고체연료 엔진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수평으로 엔진시험이 가능한 고체연료 엔진은 굳이 동창리 엔진시험장이 필요하지 않다.
◇핵물질 주요 생산시설 고농축 우라늄은 지하은닉 가능
영변 핵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평양 정상회담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경우 북한 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영변의 핵시설도 영구히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은 핵물질을 생산하는 곳으로 핵무기와 핵탄두는 아니다. 더욱이 영변핵시설은 과거 6자회담을 통해 이미 동결의 경험을 했던 시설이다. 당시 북한은 동결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을 폭파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09년 2차 핵실험을 감행한바 있다.
|
이 때문에 북한 비핵화 협상의 핵심은 기존 핵탄두와 핵무기, 고농축우라늄 시설 폐기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 한 전문가는 “핵탄두와 핵물질은 이미 지하 은닉시설에서 생산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얼마든지 존재를 부인할 수 있다”며 “폐기된 풍계리 핵시험장과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 사찰 정도로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착수했다고 볼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