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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추가 인상 시기가 불확실해졌다. 미국의 인상 속도가 가파르다보니 한은도 올해 한 번은 올리지 않겠냐는 막연한 예상만 시장에 형성돼 있을 뿐, 그 시점을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에 최근 경기 둔화 논쟁까지 불거지면서 더 안갯속이 됐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하반기로 갈수록 통화정책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주열 “3% 성장경로 판단 유지”
한은은 24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25%에서 1.50%로 6년5개월 만에 인상했다가, 다시 6개월째 동결을 유지한 것이다.
이 총재는 초미의 관심사였던 경기 판단에 대해 “4월 전망을 수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은은 매년 1·4·7·10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4월) 한은은 올해 3% 성장률을 내다봤다. 거시경제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한은 조사국은 경기 판단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각종 리스크들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테면 최근 예상밖 국제유가 급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큰 폭 오른다면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 경제의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신흥국발(發) 도미노 위기설에 대해서도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나마 고용 부진을 부각한 건 눈에 띄었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을 통해 “고용 상황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통위 때는 ‘부진’이라는 문구가 없었다. 이 총재는 “고용 상황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이라는 해석을 일부 내놓으면서도 “유독 말을 아낀 것 같다” “더 지켜보자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시장 인사는 “이 총재의 언급에서 추후 기준금리 방향의 힌트를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기준금리 인상 유력) △북·미 정상회담 △한국 지방선거 등 초대형 이벤트가 다음달 중순에 몰려있다보니, 빨라야 다음달 말쯤 명확한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추가 금리인상 시기 전망 ‘제각각’
금통위 직후 채권시장은 강세(채권가격 상승·채권금리 하락)를 보였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4bp(1bp=0.01%포인트) 하락한 2.19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7일(2.178%) 이후 한 달 여 만의 최저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2.7bp 하락 마감했다.
금통위의 추후 방향이 인상인 것 같긴 한데, 그 힌트를 찾기 어렵다보니 일단 이처럼 반응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총재를 비롯해 위원들의 속내는 사뭇 복잡해 보인다. 추가 인상 시점을 두고 7월, 8월, 10월 등의 전망이 혼재해 있는 만큼 해석도 ‘제각각’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문의 종합판단을 이전과 거의 동일한 문구로 유지하면서 인상 경로가 여전함을 강조했다”면서도 “이 총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인상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공 위원은 당초 8월 인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파트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 여건이 안 받쳐줄 수 있다”며 “7월이 아니면 인상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10월에 가서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7~8월께 인상을 위해서는 이번달 금통위 때는 신호가 나왔어야 했는데, 오히려 비둘기파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