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 발표
나랏빚 1000조 앞뒀는데 2025년 뒷북 시행
예외조항까지 둬 상황 따라 기준 오락가락
“재정 남발할수록 미래세대 빚·세금 부담”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이명철 기자] 정부가 국가채무, 재정적자를 일정 한도로 통제하는 재정준칙을 발표했지만 벌써부터 ‘반쪽짜리’라는 비난이 나온다. 예외조항을 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둔 데다 5년 뒤인 차기정부에서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가부채가 10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안전장치인 재정준칙마저 제역할을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우리의 아들딸에게, 미래세대에게 든든한 재정을 물려줄 수 있도록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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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든든한 재정을 물려주겠다”며 이같은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해외사례 등을 고려해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하로 유지하거나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GDP 대비 -3% 이하로 하기로 했다. 다만 재정준칙 적용 시점은 2025년으로 정했다.
코로나19 같은 심각한 국가적 재난이나 경제위기 발생 시 재정준칙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조항을 두기로 했다. 경기둔화가 우려되면 통합재정수지 기준을 -3%에서 -4%로 느슨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올해 연말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되, 수량적 한도 규정은 시행령에 위임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국가채무 비율 기준을 예전에 비해 크게 후퇴한 60%로 설정해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홍 부총리는 작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적절한 국가채무 비율 수준을 40%대로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2016년 발의한 재정건전화법에서 국가채무 비율을 45% 이하로 규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4차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한 올해 국가채무비율을 43.9%, 내년에는 46.7%로 추산했다.
 | |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집권 마지막 해인 2022년에 1070조3000억원으로 5년새 410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2020년은 4차 추경 기준, 2021~2024년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기준, 괄호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단위=조원, % [자료=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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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권의 거센 압박에 기재부는 당초 입장을 뒤집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확장적 재정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재정준칙을 만들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도입 자체를 반대했다. 여권 반발이 커지자 홍 부총리는 당초 8월께 발표하려던 재정준칙을 10월이 돼서야 뒤늦게 공개했다.
이같이 느슨한 재정준칙으로 급격한 재정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크다. 기재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에 국가채무가 1070조3000억원으로 불어난다. 문정부가 출범한 2017년(660조2000억원)보다 5년 새 410조원 넘게 급증하는 것이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은 “코로나19 재정 지원이 필요하지만 미래 세대에게 수백조원의 빚더미를 넘겨선 안 된다”며 “브레이크 없이 재정을 남발할수록 미래세대의 빚·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