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석유화학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외친 건배사다.
한국석유화학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진수 LG화학(051910) 부회장은 이날 “업계 앞날의 발전과 행운을 기원한다. 모든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나서 서로 소통하는 것”이라며 “이런 기회를 자주 갖자는 의미와 석유화학 업계와 대한민국이 이기자는 의미에서 건배사를 제의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신년인사회는 다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건배사를 제의한 박 부회장과 롯데케미칼(011170) 사장인 허수영 석유화학협회 회장 등 참석자 140여명은 여유가 있는 가운데 만찬을 즐겼다. 만찬 이후 참석 CEO와 임원 개개인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전날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가 다과회 형식으로 단출하게 진행된 것과 대조됐다.
각 산업계가 실적부진을 호소하고 있지만 석유화학업계는 미소를 짓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기침체와 유가 하락 등으로 조선, 철강 등 다른 중화학 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실적을 끌어 올리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원료가격이 떨어져 제품의 스프레드와 정제마진이 높은 상태를 유지한 때문이다.
반면 석유화학업계 CEO들은 호조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 안주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허수영 석유화학협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2015년은 유가 급락 우려로 시작해 안도의 한숨으로 끝맺는 숨가빴던 한 해였다. 작년 한 해 우리 석유화학산업은 유가 급락에 따른 내수 및 수출의 급감으로 외형적으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글로벌 공급확대의 완화에 따라 제품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의 저유가 기조는 석유화학 업계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상황으로 생각된다”며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은 저유가의 덕택으로 중동과 북미의 가스기반 설비와의 경쟁력 격차가 크게 축소됐고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허 회장은 그러나 저유가 기조 장기화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유가 기조 장기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북미는 여전히 셰일가스 기반의 대규모 설비를 건설하고 있으며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세계 석유화학 업계를 혼돈으로 몰아갈 지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의 중장기적인 석유화학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 당면한 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에 안주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역동적인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