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이후 123일째인 이날 헌재는 파면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14일 헌재에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지 111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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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45년 만이다. 지난 1979년 ‘10·26 사건’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이듬해 1980년 5월 17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 단행된 전국 단위 비상계엄 이후 처음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긴급담화를 냈다. 계엄군이 국회를 점령하고 시민들과 뒤엉키는 사태도 일어났지만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발 빠르게 가결되면서 비상계엄은 약 6시간 만인 다음날인 4일 새벽 4시30분께 종료됐다.
계엄 사태는 즉각 탄핵 정국으로 이어졌다. 수사기관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가운데 국회는 12월 7일 윤 전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 표결에 들어갔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 표결 불참으로 재적의원 300명 중 195명 표결 참여에 그치면서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1차 소추안은 자동폐기됐다. 이후 국회는 일주일 후인 14일 윤 전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고 탄핵 의결서가 헌재에 접수되면서 탄핵심판이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도중 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소추됐다. 헌법 제84조에 명시된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예외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적용됐다. 계엄 당일 내란 주요 임무를 맡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등이 일제히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후 검찰은 지난 1월 26일 윤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내란 사건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0일·3월 24일 두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오는 14일 본격적으로 윤 전 대통령 형사재판에 돌입한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이 된 가운데 첫 공판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11차 변론 중 8차례 출석…선고 당일은 불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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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으로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1월 21일 진행된 3차 변론부터 8차, 10차, 11차 등 총 8회 직접 심판정에 출석했다. 탄핵소추된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출석한 것은 윤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특히 마지막 변론기일에서는 67분에 걸쳐 1만4811자 분량의 최후진술을 했다. 다만 선고 당일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심판정에 나오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대리인단은 변론 과정에서 ‘비상계엄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란 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계엄 선포 배경이 된 ‘부정선거 의혹’에 관한 사실 확인 차원으로 계엄 해제 과정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거나 국회 의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선고를 통해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선고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공식 입장에는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