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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010130)이 전날 발표한 유상증자 결정 내역엔 공모주식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주주당 최대 3%의 청약 제한이 걸려 있다. MBK·영풍 연합이 MBK,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등으로 단순한 데 비해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탈과 기존 우군으로 분류된 트라피구라·한화·현대차·LG화학·한국타이어 및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 우리사주조합 등으로 주주 구성이 복잡한 구조를 공략한 결과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결의에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고 주장한다. 일반 공모 증자 시 1인당 청약 물량을 제한하는 건 금지된 사항이 아니며, 우리사주를 제외한 모든 주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어서 차별 요소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사주조합에 공모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한 것도 법을 준수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유가증권시장 주권상장법인이 주식 모집, 매출하는 경우 우리사주조합원에 주식 총수의 100분의 20을 의무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MBK·영풍은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MBK 측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유상증자 공모가 67만원은 현재 시점의 예상가격일 뿐 경영권 분쟁 이전 주가보다 낮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금액으로 신주를 발행하면 남은 주주들의 주주 가치는 더욱 희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금감원 긴급브리핑…현대차·트라피구라 이탈 가능성도
금융감독원도 이날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고려아연 사태와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진행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부터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정식 조사를 시작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가격(67만원)이 현 주가 대비 지나치게 낮아 투자자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유증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기준 주가를 95만6116원으로 두고 30% 할인율을 적용해 신주 발행가액을 결정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유증 발표 직전 주가가 4거래일 연속 급등하며 80만원대에서 150만원대로 뛴 만큼 발행가액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고려아연이 유증으로 조달할 2조5000억원 가운데 92%에 달하는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한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일부 주주들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으로 있는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실 본부장(기타비상무이사)은 이달 들어 열린 고려아연 이사회에 3번 연속 불참했다. 고려아연의 최초 자사주 공개매수 개시,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인상, 유상증자 등 3번의 안건에 현대차가 간접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고려아연을 공개 지지한 일본 트라피구라 역시 최근 1조원대 손실 위기가 불거지며 자금 여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라피구라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몽골 법인 직원의 사기 행각으로 11억달러(약 1조 5000억원) 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트라피구라는 2년 전에도 니켈 사기 혐의로 5억달러(약 6900억원) 규모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최 회장과 사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레미 위어 트라피구라 회장이 고려아연에 힘을 보태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캐스팅보트’로 알려진 국민연금은 경영권 분쟁 이후 지난달 고려아연 주식 7만주를 팔아 최대 200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기존 고려아연 지분 7.83%(162만375주)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달 말 기준 7.48%(154만8609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공시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에 분기당 1회 공시 의무가 있는 ‘단순 투자’ 목적을 하고 있어서, 10월 매매 내역은 내년 1분기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주가가 150만원을 뚫은 날 매도에 성공했다면 1000억원 이상의 차익도 기대된다. 별도의 매도 없이 지분을 보유했을 때 향후 열릴 표 대결에서 주요 의결권자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