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약국을 홀로 운영 중인 50대 A씨는 15년 넘게 약사로 일하면서 가장 바빴던 때로 2020년 ‘마스크 대란’ 때와 ‘지금’을 꼽았다. 지금은 사실상 ‘자가진단키트 대란’ 국면이란 얘기였다. A씨는 “지난 금요일에 진단키트가 다 나갔는데 지금도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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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품절 대란’을 막기 위해 구매 제한을 뒀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씨는 “오늘 오전에만 진단키트가 있느냐는 문의 전화만 30통 넘게 받아 업무가 마비됐다”며 “물량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고, 그마저 들어온 물량도 지난 주말에 다 팔린 상태”라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오는 3월5일까지 한 사람이 구매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를 5개로 제한했다.
‘벌크’ 단위로 배송된 자가진단키트를 5개씩 소분하느라 약사들은 진이 빠지고 있다. 영등포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한번에 200~300개가 들어오는데 소분하느라 애먹었다. 그 수량도 오전 하루 동안 다 나갔다”며 “진단키트 사용설명서도 박스 묶음당 1개밖에 들어 있지 않아서 설명서를 사진 찍어가게 안내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마포구에서 약국은 운영하는 40대 정모씨는 “5개씩 소분해서 수량을 팔기에 소량을 원하는 분들은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다른 곳으로 안내한다”며 “물량은 부족한데다 소분용 포장 비닐이 동봉돼 있지 않은 제품군은 약사가 직접 (포장비닐을) 마련해야 하니 일이 더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도대체 어디서”…시민들도 키트 찾아 ‘삼만리’
이 때문에 시민들은 키트 재고가 있는 약국을 찾지 못해 헛걸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이가 고열 증세를 보여 자가진단키트를 사려 한다는 박모(47)씨는 “어디서 파는지 몰라 주변 약국 3~4곳을 돌다 겨우 1개 발견했다”며 “여러 개를 사두고 싶은데 주변 약국에 물량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지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김모(29)씨도 “직장인이라 선별진료소에 줄 서서 검사받을 시간이 없어서 진단키트를 구하러 돌아다녔다”며 “진단키트로 검사체계를 전환하기 전에 공급을 선제적으로 풀었으면 이 고생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말까지 전국 약국·편의점에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3000만명분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달 5일까지 자가진단키트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면서 ‘사재기’를 막겠다고 강조했다.